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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국영화 자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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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한국영화 자립할 수 있다

입력
2006.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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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스크린쿼터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이후 영화계는 혼란스럽다. 유지 운동을 펴왔던 관련 단체는 즉각 정부의 결정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결정의 철회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장관의 사퇴를 주장했다.

영화인들이 이번 결정을 뜻밖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적어도 노무현 정부에서만은 이 제도가 유지되리라고 믿었다가 갑작스럽게 축소 결정을 함으로써 그동안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탓이다.

지난 1999년의 대규모 시위 이후에도 스크린쿼터를 줄이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논란이 여러번 제기되었지만 정부측은 공식결정된 바 없다며 뒤로 물러서는 일을 반복했다. 특히 문화관광부는 영화인들이 반발할 때마다 ‘현행 유지’에서 변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결국 문화관광부는 스크린쿼터 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처이면서도 정부 내의 이견을 조율하는 일에도, 영화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일에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궁색해진 문화관광부는 대안으로 4,000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 예술영화전용관 100여 곳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영화인들의 동의를 구하는데도, 정책적 실효를 거두는 일에도 난감한 수준이다.

●스크린쿼터 제도로서 실효 없어

그러나 주무부처가 이 일에 제대로 대응해 왔는가를 따지는 문제와는 관계없이 이번 결정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결정을 번복하라고 요구할 일도, 그런다고 바꾸어서도 될 일이 아니다.

스크린쿼터제는 1967년부터 시행되었지만 제도로서의 실효를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영화의 수준이 낮고 관객이 외면하던 시절에는 아무리 쿼터제를 통해 상영을 보장해주더라도 성과를 얻지 못했고, 지금처럼 자생적 경쟁력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구나 제도적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불신당하며 위축됐던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회복한 것은 1986년부터 이루어진 제작 자유화와 외국영화 수입 자유화 조치가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이전의 한국영화는 정부의 독과점적 보호 속에 안주하고 있었다.

정부는 한국영화의 보호와 진흥을 위한 정책으로 영화사의 대형화, 기업화를 유도했고,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에 한해 외국영화 수입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한국영화 제작을 독려하기 위해 일원화된 외국영화 수입권이 오히려 한국영화의 졸속 제작을 부추기는 이권으로 전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같은 현실에서 이루어진 제작 자유화, 수입 자유화 조치는 한국영화계를 추락의 위기로 몰아넣은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은 살아났다. 힘들고 위태롭기는 했지만 보호막을 걷어낸 경쟁체제가 오히려 새로운 동력이 된 것이다.

시장 개방은 관객들에게도 무조건 열광했던 외국영화에 대한 맹목적 환상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그 같은 변화는 한국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바탕이 되었다.

●현재의 성과는 치열한 경쟁 결과

외국영화 시장개방에 이어 1999년의 일본영화 수입개방 때도 한국영화산업의 붕괴를 자초하는 것이란 우려가 높았지만 기우로 그치고 말았다. 관객들은 일본영화에 열광하는 대신 우리 영화가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더욱 깊어진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었다.

최근 한국영화의 성장 추세는 돌발적이거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이루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충분히 신뢰할 만한 현상이다.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제 유지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관객의 지지를 모을 수 있는 영화를 열심히 잘 만드는 일이 유일한 대안이자 해답이다.

조희문<상명대 교수ㆍ영화평론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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