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무성 장관이 최근 천황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촉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에게는 ‘망언 정치가’로도 잘 알려진 그이기 때문에 이번 파문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본에서 상징 이상의 존재인 천황을 물고 들어간 망언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일본 국내에서도 쉽게 수그러들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사국인 한국과 중국은 아소 장관의 발언이 “침략전쟁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소 장관이 전쟁신사에의 천황참배를 요구했다”(BBC)는 등 세계 언론도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아베 신조(安部三晉) 관방장관도 발언의 위험성을 간파했는지 “아베씨 개인의 견해”라며 파문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천황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 우익 세력의 오래된 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전쟁책임이 천황에게 옮겨질까 봐 그 동안 발언을 금기시해 온 것이다.
대표적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최근 한 잡지와의 대담에서 천황의 참배를 진언하려고 했지만 주위에서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 등 간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아소 장관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용감하게’ 천황의 참배를 촉구한 셈이 됐다.
문제는 이처럼 한심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일본의 외무장관이자 유력한 총리 후보라는 점이다. 그를 상대하는 이웃 국가로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점점 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돼 가는 일본의 지도자들은 바깥 세상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 되돌아 봐야 할 때이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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