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다음 중 우리나라 천문대가 있는 곳은 어디인가. 모두 고를 것. (1)한국 보현산 천문대 (2)남아프리카공화국 서덜랜드천문대 (3)호주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 (4)칠레 세로 톨로로 천문대. 답은 1~3번이다. 남아공과 호주의 천문대에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단 한명도 없지만, 국내에서 모든 것을 무인 원격 조정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자동 관측소가 있다. 그리고 2007년이면 칠레에도 우리나라 관측소가 생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02년 남아공에 광시야 망원경 1호기를 설치하고, 2005년 2호기를 호주에 설치해 올해 1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2007년에는 칠레에 광시야 3호기를 설치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남반구 하늘을 24시간 관측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된다. 천문연구원 임홍서 박사는 “칠레-호주-남아공으로 밤을 이어가며 남반구를 관측하는 24시간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특이한 천체를 한시도 놓치지 않고 추적 관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관측부터 판독까지 자동화
무인 관측의 진행 과정은 이렇다. 해가 지고 나면 관측소의 돔이 열린다. 돔 밖에 설치된 ‘스카이 CCD’ 카메라는 별의 개수를 세어 큰 변화가 없음을 알린다. 별의 개수가 크게 줄었다면 구름이 끼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제는 기상장비 습도 수치가 95%나 올라 아예 돔을 열지도 않았다. 비가 오지 않아도 습도가 이렇게 높은 것은 안개 때문이다. 날도 맑고 바람도 세지 않은 오늘 광시야 망원경은 스케줄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하늘 구역을 쉴새 없이 찍는다. 관측은 다음날 해 뜰 무렵까지다. 돔이 닫히면 돔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제습기와 에어컨이 자동으로 켜진다. 이는 기기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무인 관측소의 임무는 자동 관측만이 아니다. 망원경이 쉬는 낮 동안에는 병렬 연결된 6대의 컴퓨터들이 다시금 바삐 데이터 분석에 들어간다. 분석 소프트웨어가 가려내는 것은 위치나 밝기가 변하는 천체다. 3일이면 남반구 하늘 전체를 한바퀴 훑을 수 있는 광시야 망원경이 밤하늘을 스캔하듯 계속 찍다 보면 움직이지 않는 천체(배경) 사이에 위치나 밝기가 변하는 천체를 가려낼 수 있다. 이러한 천체가 발견되면 결과는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메일로 한국의 연구팀인 한국천문연구원, 연세대, 경희대 등으로 보내진다.
지구접근천체를 감시하라
위치나 밝기가 변하는 천체란 소행성이나 혜성, 인공위성, 변광성 같은 것이다. 특히 1990년대 말 영화 ‘아마겟돈’ 등을 통해 대중에게까지 잘 알려졌듯 지구에 충돌할 우려가 있는 지구접근천체(NEO·Near Earth Object)를 감시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광시야 네트워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임무다. 특히 남반구의 관측시설이 얼마 되지 않아 NEO를 감시하는 세계 천문학계가 우리나라에 거는 기대가 높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8년부터 10년간 3,000만달러(300억원)의 거액을 들여 ㎞급 지름의 지구접근소행성을 모두 목록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 탐사프로젝트가 북반구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200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지구과학포럼(GSF)의 지구접근천체 국제운영위원회 최종보고서에서도 NEO 탐사전용 남반구 관측시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구접근천체의 재앙에 대해선 이미 많은 시뮬레이션 연구가 진행돼 왔다.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지름 6㎞ 크기 천체가 태평양 한가운데 낙하할 경우 260㎞ 크기의 물 분화구가 생겨 중심파고 430㎙의 해일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전파돼 높이 40㎙의 물 장벽이 도쿄를 덮치게 된다.
군사 우주탐사기술에 적용
우리나라가 남반구 하늘에 눈을 돌린 것은 사실 북반구 하늘을 둘러싼 선진국의 경쟁을 피해나간 면이 없지 않다. 지구 반대편 하늘을 관측하려다 보니 자연 무인 자동화 연구에 주력했고, 세계의 민간 연구팀 중에는 빠지지 않는 수준이다. 남아공의 원격관측소는 지금까지 1,000개의 NEO를 발견, 국제천문연맹에 보고했다.
자동관측 기술은 또한 우주탐사선의 관측기술과,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군사적 목적에도 유용하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3,000여개에 달하는데 통신 관측 위성 외에 군사 첩보위성도 상당수다. 미국의 경우 광학·전파감시 시설과 우주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치밀하게 감시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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