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압승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돈줄’을 옥죄며 미국과 유럽이 무장투쟁노선 포기 압력을 높이고 있다. 최악의 경우 팔레스타인을 고사시킬 수도 있다는 기세다. 하지만 이란 시리아 등 중동의 반미 국가들은 하마스를 지지하며 서방권과 대립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유엔 등 중동평화 서방 4자 ‘콰르텟(Quartet)’은 30일 런던에서 회의를 갖고 하마스가 무장투쟁노선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새 팔레스타인 정부는 외국 원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향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원조는 폭력 중단과 이스라엘 인정, 평화로드맵을 포함한 과거의 합의 및 의무사항의 충실한 이행 여부에 따라 재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정부를 대신해 걷고 있는 매달 약 5,500만 달러의 세수 이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즉각 서방 콰르텟의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는 강경 반응을 보였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서방 콰르텟은 피해자에게 점령과 침략을 용인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이스라엘에 점령과 침략 중단을 요구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의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생존이 위기에 처한 이상 하마스의 노선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경제봉쇄 등으로 거덜난 재정을 지난해 미국 4억 달러, 유럽 6억 달러 등 서방의 지원을 받아 메워가고 있다. BBC방송은 원조 중단으로 팔레스타인 사회가 혼돈과 무정부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와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보조를 맞춰 서방 국가들에 원조 중단의 위협을 거둬달라고 촉구했다. 서방 콰르텟도 하마스가 주도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지원을 지속한다는 조건을 달아 하마스에 시간을 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서방권이 하마스를 압박하는 반면 이란 시리아 등 이슬람 국가들은 중동에서 반미ㆍ반서방 전선을 강화할 수 있는 호재로 여기고 있다.
핵 개발과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연루 의혹으로 각각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하마스 지지를 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은 31일 방문 중인 말레이시아에서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정부에는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EU 등의 행동은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EU가 지난해 12월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직원 임금 지원을 중단했음에도 사우디는 자금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란 시리아 뿐 아니라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등 중동의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들이 하마스 내각에 협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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