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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살리기 10년… 하천복원 새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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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살리기 10년… 하천복원 새 이정표

입력
2006.02.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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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천이 쓰레기 하천이라는 오명을 벋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10년. 비록 청계천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에겐 이제 없어서는 안될 보물로 자리잡았다. 자연형 복원사업의 모델로 평가받는 양재천을 둘어보았다.

양재천(15.6㎞)은 과천시 청계산 기슭에서 시작돼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를 가로질러 탄천과 만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이다. 31일 오전 영동 5교에서 바라본 양재천은 위용을 과시하는 초고층 타워팰리스와 대비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작은 물길 하나가 도심의 삭막함을 씻어 버리고 풍경을 확 바꾼 것이다.

천변 여기저기에는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운동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최모(35ㆍ여)씨는 “새벽부터 한밤까지 양재천에서 운동하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삭막한 콘크리트 도심 속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좋다”고 즐거워했다.

천변에서 만난 하천관리사업소의 한 관계자도 하루 평균 1만 명의 시민들의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사실 하천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양재천은 10년 전만해도 생활하수가 흘러드는 시궁창에 지나지 않았다.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15ppm밖에 되지 않아 하루 종일 악취가 풍겨 주민들이 얼씬도 하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강남구가 자연형 하천 정비사업을 통해 3.75㎞(영동2교~탄천합류부) 구간에서 오수관로와 호안을 정비해 자연형 생태공원으로 만들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특히 서초구의 경계지역인 양재천 상류에 23억원을 투입해 수질정화시설을 설치, 자갈을 이용해 하루 3만 2,000톤의 물을 정화하면서 평균 수심 30cm의 깨끗한 하천으로 탈바꿈 됐다.

현재는 2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 아이들이 양재천에서 물놀이를 해도 지장이 없다. 생태계도 몰라보게 복원돼 물총새 맹꽁이 수리부엉이 너구리에 이르기까지 300여종 이상의 생물들이 터전을 삼았고 겨울에는 고방오리 비오리 청둥오리 등 7종의 철새가 찾아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낮 12시가 되자 오전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이 몰려왔다.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간단히 떼우고 산책로를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최모(30)씨는 “30분 정도 걷다 보며 어느 새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대청역 개포역 등에서 깨끗한 지하수가 폭포수처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곳은 아이들이 즐겨찾는 명소이다. 물억새, 갈대, 갯버들 등이 우거져 있는 천변 위로 흰 왜가리 한 마리가 유유히 날자 시민들은 모두 탄성을 지어댔다. 이렇게 변한 양재천에는 이제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양재천이 청계천 복원 사업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생태복원의 획기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재천 복원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강남구는 복원 10주년을 맞아 2월 1일 강남구민회관에서 심포지엄을 연다. 전국 70여개 지방단체 공무원 및 30여개 하천관련 단체 등 600여명을 초청, 복원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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