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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경제특구의 혼란 그린 연극 '그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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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경제특구의 혼란 그린 연극 '그녀의 봄'

입력
2006.02.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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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말이야, 인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괴물이야, 괴물! 자넨 자본주의 괴물이 싼 똥자국이고.” 남북통일이 이뤄진 지 몇 년 뒤, 통일 시범지구 및 신경제특구. 북쪽의 폭력조직 청운회의 보스 조용길이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며 뇌까리는 말이다.

통일은 어떻게 오는가. 그 빛깔은 장밋빛일까. 파임커뮤니케이션즈의 ‘그녀의 봄’은 남북 통일이 홍콩 느와르 뺨치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아래 만든 가상 연극이다. 남북통일 선언이 있은 지 몇 년 뒤, 통일 시범지구로 만들었다는 도시 경도(經道)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경제특구인 이 항구 도시는 자본주의보다 더 치열한 이전투구의 현장이다.

“경제특구니 뭐니 수식어는 많지만 결국 경도는 진흙탕일뿐이지…며칠 뒤 남북연합에서 발표가 있을 예정이야. 경도내의 모든 부랑자, 위장취업자, 총기류 소유자들에 대한 소탕이지.” 지성이 비밀 카지노에서 타로점을 치며 마담에게 건네는 말이다. 이들에 의하면 도박은 “자본의 심장부를 찌르는 골인 게임”이다.

우리 시대의 명제인 통일을 전면에 내세우되,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배제했다. 모든 자유 왕래와 경제 행위가 허용된 결과, 남북한 사람들이 이득을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 않는 현실만 살아 남았다. 은밀한 도박으로 날이 새는 줄 모르는 그곳은 어설픈 통일이 만든 부도 수표다.

카지노를 주무대로 하는 이 연극에는 21세기 한국의 변화상까지 포착돼 있다. 경도에 잠입하려다 들켜 감방에 수용된 남북의 아웃사이더들이 지내 온 이야기를 나누며 동성애적 장면을 연출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실감 나는 액션 연기도 볼만하다.

장안에 화제를 뿌렸던 연극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의 연장선에 있다. 연출자 김학선, 아버지 역의 이출식 등 당시 객석을 울고 웃겼던 이들이 다시 콤비를 이뤄 만들었다. 최원석 신덕호 채국희 등 출연. 8~28일 동숭아트센터소극장.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30분, 일 3시 6시. (02)762-919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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