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세(增稅)’ 없이 미래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봉급생활자들은 실질적으로 증세 부담을 지게 됐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각종 소득공제가 축소ㆍ폐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세형평상 봉급생활자 보다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과세강화가 우선되어야 함에도 불구, 잇단 공제축소로 ‘유리지갑’을 차고 있는 봉급생활자 상당수가 먼저 세부담을 느낄 전망이다.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은 없어도, 봉급생활자들에 대한 공제축소는 결국 ‘유사(類似)증세가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1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저출산 및 사회안전망 재원마련을 위해 봉급생활자가 ▦부양가족(본인포함) 1명일 때 100만원 ▦2명일 때 50만원을 더 공제해주는 소수공제자 추가공제를 내년부터 폐지할 계획이다. 이 제도가 부양가족이 적은 가정을 상대적으로 더 우대해주기 때문에, 출산장려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것이 그 이유다.
소수자 추가공제가 없어지면 독신가정과 신혼부부 같은 무자녀 가정은 물론, 맞벌이 부부의 경우 3자녀를 뒀더라도 배우자 1명은 추가공제를 받지 못해 세부담은 늘어나게 됐다. 세제혜택이 박탈되는 근로소득자는 2004년 기준으로 475만명에 달한다.
이에 앞서 금년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로 근로소득자들의 일부 세부담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봉급생활자 입장에선 세금신설이나 세율인상이 없어도 증세의 연속인 셈이다.
언젠가는 공제제도 정비가 필요하지만, 소득이 100% 노출된 근로소득자들이 비과세 축소의 일차적 대상이 된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손을 대더라도 탈루율이 높은 자영업자, 특히 고소득 자영업자가 먼저라는 얘기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소득파악과 징세활동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 증가분 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이상민 간사는 “비과세를 줄이더라도 사회적 대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근로소득자 보다는 자영업자, 특히 고소득자영업자들에 대한 과세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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