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가 영화계에 새로운 흥행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관객 한 명이 한 번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본 영화를 ‘보고 또 보는’ 복수관람으로 관객 증가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복수 관람객 숫자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왕의 남자’ 홈페이지(http://www.kingsman.co.kr) 게시판에는 이 영화를 여러 차례 관람했다는 관객들의 리뷰가 전체 게시물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올라와 있다. 심지어 극장을 번갈아가며 하루 3차례, 총 30회 가량 영화를 봤다는 ‘왕남폐인’(왕의 남자 마니아)까지 등장했다.
ID ‘감동’은 지난달 31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오늘 일곱번째 ‘왕의 남자’를 관람하고 돌아왔다. 이제는 대사도 다 외워서 마음속으로 육칠팔 형제(극중 광대 육갑ㆍ칠갑ㆍ팔갑)와 함께 추임새를 넣고, 장생과 함께 소리를 하고, 공길과 더불어 울부짖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게시판에 8차례 영화를 봤다는 글을 올린 한 관객은 “처음 봤을 때는 공길이만 보이고 두번째는 연산이 보이더니 마지막엔 육갑이의 시점으로 영화가 해석됐다”며 등장인물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보이는 다층적 해석구조를 ‘복수관람’의 원동력으로 분석했다.
‘왕의 남자’의 투자ㆍ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 관계자는 “영화를 복수 관람 했다는 관객 리뷰가 마치 경쟁하듯 올라오고 있어 제작진도 놀라고 있다”며 “과연 몇차례나 관람했는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처음 경험하는 독특한 현상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복수관람 열기는 영화사측이 지난달 중순 관객사은행사로 마련한 ‘포스터 이벤트’에서도 확인됐다. 영화를 2회 이상 관람한 관객이 티켓을 제시하면 영화 포스터를 증정하는 이 행사에서 1,000장의 포스터가 5분여 만에 동났다.
1월31일 현재 전국 관객 848만8,613명을 동원한 ‘왕의 남자’는 2월 중순께 무난히 관객 1,000만명 동원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중 관객 1,000만명 고지를 넘은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1,108만명)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1,173만명) 단 2편뿐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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