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장사를 잘 한 기업이 실적을 홍보하기 보다는 돈을 많이 번 이유를 구구하게 ‘변명’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한해 동안 계속된 고유가에 기대어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해온 미 최대 석유업체 엑손모빌이 그 기업이다.
엑손모빌은 30일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43% 증가한 361억 3,000만 달러로 미 기업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공표된 시점에 맞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유력 언론에 이 같은 순이익이 생기게 된 이유를 해명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일년 내내 고유가에 시달려온 소비자들에게 그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이익을 올렸다는 사실을 발표하자니 스스로 제 발이 저렸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해명성 광고’를 내게 한 엑손모빌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3,710억 달러로 미국에서 ‘매출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유통업체 ‘월마트’를 단숨에 제쳤을 정도로 기록적이다.
이는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으로 세계 4번째 규모인 2억 4,2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 2,45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엑손모빌의 영업실적이 공표되자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이 회사의 주식이 주당 2.08달러 오른 63.37 달러에 거래되는 등 당장 ‘부익부’현상을 연출했다.
이 같은 기록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격을 무마하려는 엑손모빌의 광고는 그러나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질 정도로 허술했다. 뉴욕타임스는 “엑손모빌이 영업실적에 관한 뉴스를 희석하기 위해 모든 일을 했다”고 꼬집었다. 엑손모빌은 광고에서 그들의 수익이 중동 아프리카 남미의 불안한 정세 뿐 아니라 지난해 미국에 최대 참사를 불러온 허리케인 카트리나 및 리타의 반사이익이었다는 점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광고에서 ‘엑손모빌의 주식을 직접 소유한 사람들이 250만 명이고 연금 보험 등으로 이 주식과 연관을 맺은 사람들은 또 수 백 만 명에 이른다’며 일단 자기 편을 챙기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엑손모빌은 이어 지난해 매출 1달러당 수익률이 8.2센트였다며 이는 미국 평균 6.8센트와 엇비슷한 수준이고 제약 및 생명공학 업계의 18.5센트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었다고 합리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엑손모빌은 ‘수익률은 다른 미국 기업과 비슷하지만 기업 규모가 워낙 엄청나기 때문에 매출액 및 수익 규모도 따라서 커진 것’이라며 초과 수익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엑손모빌에 대해선 정치권과의 유착관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엑손모빌이 지난해 올린 수익에 대해 초과 이득세를 물리려는 미 상원의 움직임이 하원에서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고 오히려 이들에게 새로운 유전개발 유도 등을 명분으로 추가로 감세 혜택을 주자는 논의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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