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1일 밝힌 1인 또는 2인의 소수 가구에 대한 소득공제 폐지방안은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190가지에 이르는 조세감면 조항 가운데 유독 이 부분을 폐지하려는 이유가 출산장려정책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혼자 살거나 부부만 사는 근로소득자에게 추가혜택을 주는 이 제도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어차피 4조 9,000억원의 양극화 해소 재원을 조세감면의 축소 및 폐지를 통해 마련하려고 한다면 그 자체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284만 명에 이르는 소수가구 근로소득자들에게는 4만~35만원의 세금이 신설되는 셈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자영업자에 비해 과도한 세부담을 지고 있는 근로소득자들에게 또 짐을 지우는 것은 ‘과세 형평성’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조치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양극화 해소 재원을 감면제도 축소와 세출 구조조정, 자영업자 거래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경제부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중ㆍ장기 세제개혁방안을 통해 과세제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는 말처럼 쉽게 세금을 올릴 수 있는 근로소득자에게 우선 부담시키고 세원 포착이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천천히 사정을 보아가면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뜻이다. 전형적인 편의주의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간 과세 형평성을 기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조세개혁의 과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불형평성은 세금 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공적 연금ㆍ보험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도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원 포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이번 사례가 보여주듯 정작 급할 때는 형평성보다 손쉬운 세금징수 방안을 선택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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