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권도전에 나선 9명의 주자들은 예비선거를 앞둔 1일 하루종일 좌불안석이었다. 예비선거가 1명만 탈락시키는데도 불구하고 선두다툼을 벌이는 정동영 김근태 고문조차 “우리가 어렵다”며 엄살을 피었다. 지명도나 조직기반이 약한 40대 재선그룹은 행여 유일한 탈락자가 되지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이들이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것은 예비선거 선거인단이 국회의원 중앙위원 등 492명에 불과한데다 1명이 세 후보를 찍는 1인3표제가 갖는 의외성 때문이다.
지난해 4ㆍ2 전당대회에서도 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의원이 예선탈락하고 이후 본선에서 6위에 그친 송영길 의원이 2위를, 당 의장에 당선된 문희상 의원이 3위를 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정 고문캠프의 박명광 선대본부장은 이날 “예선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선거”라며 “정 후보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1인3표제 탓에 배제투표가 횡행하고 정파연대의 분열주의 때문에 불리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김 고문캠프의 우원식 대변인은 “상층 선거는 소수파인 우리가 절대 불리하다”며 “단순히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표 차이가 많이 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 살 깎기라는 비난조차 감수하며 네거티브 공방을 벌여온 이들이 끝까지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정 고문측만 해도 겉으로만 예측불허라고 연막을 칠 뿐 내부적으로는 김 고문과의 표차를 두 자릿수 이상으로 벌리는 압승을 노리고 있다.
예선에서 대세론을 만든 뒤 본선까지 끌고 간다는 작전이다. 과거와 달리 예선결과를 공개하는 만큼 큰 표차로 김 고문의 기를 꺾겠다는 계산이다.
김 고문쪽은 복합적이다. 열세라는 읍소를 통해 막판까지 부동층의 표심을 자극하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고문측이 이날 “변화를 바라는 대의원 정서와 달리 상무위원 등 예비선거인단은 정 고문측이 다수”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들과 달리 김부겸 김영춘 이종걸 임종석 의원 등 40대 재선그룹과 유일한 원외인 김두관 전 정무특보는 예선통과에 비상이 걸렸다. 계파나 지역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데다 정, 김 고문측에서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밀어주는 식으로 조직선거를 할 경우 자체 득표력과 무관하게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선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이변을 낳아 바람몰이를 하겠다는 내심도 있다. “현장연설만 잘해도 부동표를 흡수, 판세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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