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의장을 향한 정동영, 김근태 두 유력후보의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당권파 책임론’(김 후보)과 ‘분열주의자’(정 후보) 공방은 탐색전에 불과했다. 31일 하루 동안 양측은 김 후보의 뒤늦은 신당 합류와 정 후보의 노인폄하 발언 등 상대의 과거 행적과 장관직 수행실적을 도마에 올려 난타전을 벌였다.
정 후보는 이날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양극화 문제의 주무장관이자 사회부문 책임 장관이었다”며 “양극화 문제를 경제관료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전에 지난 2년간 뭘 했는지 내놓는 게 우선”이라고 공격했다.
앞서 정 후보 캠프의 정청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가 ‘당권파, 당권파’ 하는데 신당에 무임승차 해놓고 자성과 해명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후보가 2003년 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데 반해 김 후보는 나중에야 합류했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또 “2002년에 노풍(盧風)이 꺼졌을 때 김 후보는 노무현 후보의 SOS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며 “계급장 떼고 맞짱 붙으려 하지 말고 노 대통령을 진정 대통령으로 인정하라”고 공박했다. “말만 많이 한다고 개혁파가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급해도 지역주의를 들먹거리면 큰 일 난다”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뒤따랐다.
김 후보측도 가만 있지 않았다. 김봉태 부대변인은 “정당한 노선경쟁을 분열주의로 비난하면서 원색적인 네가티브 전략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구태정치”라며 “‘아름다운 경선’을 말하다 ‘분열주의자’라 비난하고, ‘칭찬하자’더니 대변인 뒤에서 네가티브를 퍼붓는 게 정 후보의 진정한 모습이냐”고 맞받았다.
그는 특히 “4ㆍ15 총선 막바지에 정 후보의 오만과 경솔로 전국정당의 꿈이 깨지고 과반의석마저 위협받았음을 잊었느냐”며 사실상 정 후보의 노인폄하 발언을 끄집어냈다.
또 “정 후보는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때 노무현 후보에게 색깔론을 덧씌운 장본인”이라고도 했다. 당시 후보별 이념성향을 ‘극좌(0)~극우(10)’의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 정 후보(5)가 노 후보(1.5)를 겨냥해 “국민이 불안해 한다”고 주장했다는 얘기다.
김두관 후보도 “17대 총선 직후 당선자 워크숍에서 자신의 정치 노선인 ‘실용주의’를 당의 노선으로 밀어붙인 사람이 누군지는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 후보를 겨냥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는 “감정싸움이 금도를 넘어서고 있어 전당대회 이후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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