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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낯 부끄러운 역사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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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낯 부끄러운 역사도시 서울

입력
2006.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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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광화문을 원래의 자리에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도 경복궁과 광화문의 복원이 논의되어 왔지만, 이번에는 역사와 문화재 보호에 대한 유홍준 청장의 열정과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여 비로소 광화문 복원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현재의 광화문은 1969년 콘크리트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일제 때 조선총독부 청사를 짓는다는 이유로 뜯어내 원래의 자리에서 옮겨진 광화문은 6ㆍ25를 거치면서 소실되었다.

●광화문 복원 늦었지만 다행

따라서 이런 콘크리트 구조물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창피스러운 일이다. 특히 이번 결정이 단순한 문화재의 복원이 아니라 서울을 역사도시(historic city)로 다시 살아나게 해야 한다는 보다 큰 틀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청의 결정은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것이고 옳다. 숭례문 주위를 정비하고 공원화한 서울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여기 적극 협조하여 서울을 복원하는데 서로 합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즈음 우리 국민들도 자주 해외로 나들이를 하면서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 역사가 오래된 도시들을 많이 보아 식견이 높아졌다고 보인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한 그 나라 사람들의 식견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도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보인다.

사실 우리와 같이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이를 가꾸고 다듬어 자신들의 역사적 문화유산을 세계적인 것으로 알려지게 한 경우도 많다.

그런 반면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동안 우리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고 근대화 과정에서 외래의 것과 새 것을 쫓아가는 것에만 넋이 빠져 우리 것을 갈고 닦아 빛내는 일에는 소홀하였다. 물론 전 세계가 하나의 활동공간이고 우리 역시 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하는 세계화시대에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부추기려는 의도는 없다.

이는 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화유산은 곧 세계인류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추피추의 유적에서 잉카인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생각하듯이 말이다.

전 세계의 역사도시를 놓고 볼 때, 우리 서울의 현주소를 보면 실로 눈물이 나고 종당에는 분노가 솟구친다. 60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수도로서 지속되어 왔으면서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파괴된 도시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래에 와서 뜻 있는 사람들에 의해 북촌마을을 살리려는 운동이 전개되고, 전통건조물을 보존하고, 내팽개쳐진 오래된 골목길도 다시 살펴 아끼려는 움직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미 역사도시 서울은 그 본래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파괴되어 버렸다.

복잡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테네, 이스탄불, 톨레도, 파리, 교토 등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고, 말 이전에 눈으로 보아도 한눈에 분간할 수 있다.

●'박정희지우기' 논쟁은 무용

이런 점에서 이번의 광화문 복원은 서울의 역사도시 복원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광화문만이 아니라 창덕궁, 창경궁, 서울성곽, 북한산 지역, 마포 나루, 동작 나루 등 모든 역사 관련 지역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올해부터 고도(古都)보존특별법이 시행된다. 일본에서는 이런 고도보존특별법이 이미 1966년에 제정되어 오늘날의 교토, 가마쿠라, 나라 등등 역사도시들이 보존되어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제 40년이나 뒤늦게 출발하여 역사도시니 고도 보존이니 하고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문화유산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열정과 의지가 있으면 40년이라는 시차는 단축시킬 수 있다. 광화문 현판도 역사도시 서울 복원의 관점에서 새로 달아야 한다. ‘박정희 지우기’이니 아니니 하는 식의 논쟁은 무용하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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