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유럽 축구’는 한국에게 장벽이 될 수 없다. 이제 유럽 축구가 ‘한국 호랑이’들을 두려워 해야 할 때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9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린 칼스버그컵 1차전서 크로아티아를 완파하며 축구팬들에게 기분좋은 설날 선물을 안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의 크로아티아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른 동유럽의 축구 강호. 독일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8조에서 무패(7승3무)로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고 지난해 8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한 강팀이다.
그러나 물오른 태극 전사들은 일방적 공세 끝에 시원한 승리를 거두며 유럽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했다. 전반 35분 김동진(FC 서울)의 통렬한 중거리포로 포문을 연 한국은 후반 5분 이천수(울산 현대)가 멋진 쐐기골을 터트린 데 힘입어 2-0의 완승을 거뒀다.
월드컵 신화 재현을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유럽 축구의 벽이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서유럽 리그에서 뛰는 주전 대부분이 빠지는 등 크로아티아가 이날 최정예 멤버로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해외파들이 소집되지 않은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 국내파들이 유럽 강호를 격파하며 경험과 자신감을 동시에 얻었기에 이날 승리는 더욱 값졌다.
백지훈(FC 서울), 이호(울산 현대) 등 아드보카트호의 젊은 피들은 크로아티아가 자랑하는 샛별 니코 크라니카르(스플리트 헤이둑)를 압도하며 중원을 지배했고 김상식(성남 일화)과 최진철(전북 현대)을 축으로 한 포백 라인은 안정된 수비로 크로아티아의 공세를 무력화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결과와 상관 없이 내용면에서 대단히 훌륭한 경기였다. 체격과 힘이 좋은 상대를 맞아 공격과 수비 모두 잘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독일 월드컵에서 만날 스위스, 프랑스 등을 결코 두려워할 이유가 없음은 크로아티아전 승리로 다시 한번 명확해졌다.
‘상전벽해(桑田碧海)’. 2002한ㆍ일 월드컵 이후 달라진 한국 축구의 위상은 유럽 축구를 상대로 한 전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최근 유럽을 상대로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기록 중이다.
2004년 6월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터키를 2-1로 꺾은 뒤 유럽을 상대로 5승3무로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아드보카트호는 유럽을 상대로 3승2무의 압도적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드보카트호는 2월1일 덴마크를 상대로 연승 행진에 나선다. 이번 전지 훈련에서 유럽 축구를 상대로 한 마지막 스파링이다. 덴마크는 해외파 대부분이 제외됐지만 FIFA 랭킹 13위의 저력 있는 팀으로 아드보카트호의 호적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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