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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행복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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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행복의 정치

입력
2006.01.3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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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덕담으로 주고 받은 복(福)의 사전적 풀이는 편안하고 만족한 상태다. 좋은 운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뭉뚱그려 행복이다. 서양에서는 웰빙(wellbeing)이라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웰빙은 주로 건강을 뜻하지만 원래 복지(welfare)와 행복을 의미한다.

이처럼 행복은 인류의 영원한 이상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행복 개념은 ‘부자 되세요’라는 유행어처럼 개인 차원에 머문다. 사회 전체 복지의 틀에서 보는 인식이 낮다. 서구에서는 사회적 행복에 관한 탐구가 국가 정책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 이름하여 행복학이다. 경제적 복지 증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서적 복지, 행복감은 낮아지는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열심히 찾는다.

●시장 경쟁에 국민 정서적 복지 후퇴

이 분야에서 저명한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야드는 사회적 소득비교가 개인의 행복감과 노동의 효용을 좌우한다고 본다. 이 상대 소득이 불만이면 행복지수는 떨어진다.

처방은? 세금이다. 세금은 소득 재분배와 공공복지 확대에 기여하고, 행복을 위해 실제 필요보다 과도하게 일하는 왜곡된 의식을 바로잡는데 도움된다. 일과 웰빙 생활의 균형이다. 우리 안목에는 어색하지만, 레이야드의 ‘행복의 경제학’은 영국 복지정책의 지평을 넓혔다.

최근 영국 언론은 올해 72세인 레이야드가 저서 ‘행복학의 교훈’에서 영국 사회의 행복지수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한 것을 실증적으로 분석, ‘행복의 정치’(Politics of Happiness)가 시대의 과제라고 지적한 것을 소개했다.

레이야드는 정부와 사회가 시장 이데올로기에 몰입,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을 겪고 낙오하는 국민을 방치해 사회 전체가 병들었다고 진단한다. 이는 삶의 만족도와 우울증 등 정신질환, 자살, 범죄 등의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이처럼 불행한 국민이 느는 것은 막대한 사회 비용을 유발하는 국가적 불행이다. 정서적 불행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국민에게 장애수당으로 지출되는 예산만 한 해 90억 파운드, 15조원에 이른다.

처방은 물론 국민 정서를 돌보는 공공복지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과 의료 지원 등을 확대하는 것이 중심이다. 인간 친화적 도시계획도 중요하다. 사회적 연대와 통합을 회복하는 노력은 한층 시급하다.

영국 정부는 이런 처방을 이미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좌파노선을 벗어난 경쟁력 강화에 매달렸던 블레어 정부가 ‘사회적 존경회복’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일상에서 국민 정서를 해치는 반사회적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언론의 비판은 신랄하다. 사회적 규제강화는 정서적 복지에 오히려 해롭다는 것이다.

세금 인상의 뜨거운 감자는 건드리지 않고, 사회적 연대 토론만 늘리는 것도 무책임한 위선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이 소득 계층 지역으로 갈려 적대하도록 만든 ‘불안의 정치’(Politics of Fear)부터 반성하고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우리의 양극화 논란에도 교훈이 될 만 하다. 정부는 늘 그렇듯이 선진국 사례의 알맹이는 제쳐두고 고상한 구호와 기교만 배운 모습이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한가한 토론이나 제안하고, 정부는 자살률이 OECD 국가에서 4번째로 높은 근본에 대한 처방없이 자살예방 5개년 계획 따위나 내놓는다. 야당도 경기 부양책으로는 모를까, 국민의 정서적 복지와 거리 먼 감세안을 달랑 내놓고는 할일 다했다는 표정이다.

●정치 싸움 대신 미래 비전 제시해야

이런 정치를 레이야드와 영국 언론은 이렇게 꾸짖는다. 길거리 안전과 세금 인상 등 소소하거나 흔한 논쟁에 매달리지 말고, 국민에게 낙관과 희망을 심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강한 시장과 큰 정부를 조화시켜 나라와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열정어린 약속만이 국민을 깊은 불행감의 나락에서 건져 올릴 수 있다는 충고다.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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