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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남준, 장한 선구적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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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남준, 장한 선구적 예술가

입력
2006.01.3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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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 들려온 백남준씨 타계 소식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진지한 예술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좌반신이 마비된 몸을 이끌고도 10년 동안 각종 국제 전시회나 회고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 온 것을 생각하면 향년 74세는 참으로 아쉽다.

흔히 비디오 아티스트라고 하지만 시인, 작곡가, 피아니스트, 화가, 철학자로 다방면에서 활동한 백씨는 1984년 뉴욕, 파리, 베를린, 서울을 통신위성으로 연결해 세계에 방영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ㆍ지휘하면서 우리 앞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전두환 정권의 억압이 한창이던 당시 미래 전체주의 감시사회의 도래를 경고한 조지 오웰의 소설을 패러디한 이 프로젝트를 TV로 시청하면서 한국인들이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접어둔다 하더라도 그가 세계 예술계에서 차지하는 폭과 깊이는 대단했다. 그의 독특한 창조성과 예술성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한국전쟁 직전에 서울 경기중ㆍ고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음악과 미술을 폭 넓게 공부한 뒤 196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이력 자체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결합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한 접목의 과실은 1963년 독일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면서 비디오 예술의 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그가 텔레비전(이후 비디오)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가능성과 영향력에 주목한 시기는 매트릭스 철학을 발전시킨 독일 미디어 철학자 귄터 안더스의 ‘인간의 쇠퇴’(초판 1956년)에 버금가는 것이니 가히 천재답다고밖에 할 수 없겠다.

그나마 내년 10월 경기 용인에 ‘백남준 미술관’이 문을 연다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백남준이라는 한국인이 있었다는 기억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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