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중 사고가 났을 경우 대리운전자는 물론 동승한 차 주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60단독 한창호 판사는 오토바이를 몰다 대리운전자가 운전 중이던 차량과 충돌해 부상한 K씨가 가해차량 소유자 이모 씨와 대리운전자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씨와 김 씨는 함께 원고에게 3,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운전자 김 씨는 직진 중인 다른 차량들의 동태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채 도로에 진입해 원고의 오토바이를 가로막아 충돌사고를 일으킨 책임이 있고, 운행을 맡긴 이 씨에게도 과실을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리운전자에게 운전을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이 씨가 차량 운행의 지배권을 모두 잃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직업상 주 2~3차례 대리운전을 이용한다는 영업사원 전모(31) 씨는 “술 마신 뒤 대리운전을 부르면 차 안에서 정신없이 잠들기 마련인데 운전자와 사고 책임을 함께 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모(43) 씨는 “이제 겁이 나서 대리운전을 부를 수 있겠느냐”며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차라리 직접 차를 몰고 가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네티즌 haerom은 “술 취한 차 주인에게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수술 중 발생한 의료사고 책임을 환자에게 묻는 것과 같다”며 판결을 비판했다.
대리운전 업체 쪽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 A사 관계자는 “대리운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해 이용자가 줄 수 있어 업체에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는 전국에 8,000여 개에 이르고 종사자가 15만 명에 달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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