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21일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다녀왔다. 지난해에도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을 수 차례 방문하여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으나 이번 미국 방문은 여느 때와는 달리 특별한 것이었다. 한미동맹 역사상 처음으로 양국 외교수장 간에 장관급 전략대화를 출범시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의 출범은 우리의 신장된 국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의 원조에 의지했던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로 성장했고 민주화의 모범 사례가 돼있다. 또한 쓰나미와 같은 국제재난 피해 지원, UN 평화유지 활동 등 지역적ㆍ범세계적 협력사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ㆍ17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심화ㆍ발전시키기 위해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대화(Strategic Consultation for Allied Partnership)’라고 명명된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의 출범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 이는 한미동맹의 전략적 중요성과 가치를 재확인한 것으로서, 한미동맹이 새로운 외교안보환경의 도전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 재배치 및 일부감축, 주한 미 대사관 이전 등 오랜 현안들이 한미가 공히 만족하는 방향으로 성공적으로 타결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제1차 장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또 하나의 주요 현안인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매듭지어졌다. 우리는 미측의 군사전략 변화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는 한편, 미측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우리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분쟁에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것은 지난해 3월 8일 공사 졸업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천명한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과 범세계적인 문제에 관해 전략적 협의를 갖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한미는 전략대화를 통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의 증진, 테러와의 전쟁,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초국가적 전염병 퇴치, 평화유지 활동, 위기 대응 등을 함께 모색해나갈 것이다. 그만큼 한미동맹의 지평이 확대된 것이다.
셋째, 제도적인 측면에서 국방 분야의 장관급 협의체인 연례안보협의회(SCM)에 더하여 외교 분야에서도 장관급 정례 협의체가 신설된 것을 의미한다. 금년 후반기에 서울에서 제2차 장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며, 금년 상반기 중 장관급 전략대화를 보완하는 차관급 전략대화가 개최될 예정이다.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으로 ‘포괄적ㆍ역동적ㆍ호혜적 동맹관계’를 재확인한 바 있다. 이번 장관급 전략대화의 출범은 이 같은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한 도약대가 될 것이다. 높아진 우리의 위상과 이에 따른 보다 성숙한 역할에 대해 국민 여러분이 뜨거운 성원과 지지를 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끝으로 가장 시급한 현안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간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미국의 BDA(Banco Delta Asia)에 대한 금융조치로 인해 6자회담 과정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재확인된 확고한 동맹정신을 기반으로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도록 하겠다. 또한 제4차 6자회담에서 채택된 9ㆍ19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방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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