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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외국인노동자들도 포근한 설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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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외국인노동자들도 포근한 설이었으면…

입력
2006.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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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들은 여전하고 마음 또한 조급하지만 설을 잘 지내는 것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바람이었다. 금년 설은 주말이 끼는 바람에 비록 다른 해에 비해 짧았지만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따뜻하고 넉넉함이 느껴지는 계절의 진수였으며 다른 여느 날과 무엇이 달라도 다른 날이었던 것도 이 같은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설빔을 차려 입고 끝없이 밀리는 귀성길, 아니 고생길에 나섰다. 조상에 차례를 올리고 바쁜 생활 탓에 그간 소홀했던 가족을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사회의 한 귀퉁이에서 설렘과 희망으로 충만한 한국인들의 설날 맞이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아야 했던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에게도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분명히 고국 산천과 고향이 있고 가슴 한켠에 묻어둔 핏줄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에게는 그러한 그리움마저 때때로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분인 까닭에 수년 동안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 돌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초조하게 쫓겨 다니는 까닭이다.

우리는 정말 이들에게 담대하고 당당하게 기쁜 선물을 해 줄 수 없을 것인가. 설날의 설레임과 환희 속에 같은 핏줄들에게 그러하듯 큰 한턱을 낼 수는 없는 것인가.

한국 사회는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쉴 새 없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미래의 동반자, 함께 살아야 할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한 우정이다.

역사는 끊임 없이 흐른다. 한때는 우리의 형제, 자매들도 달러를 벌기 위해 광부로, 간호사로 무작정 떠나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금 한국에서 느끼고 있는 싸늘한 시선 내지는 착취와 학대 같은 것들은 어쩌면 불과 수십 년 전 우리들이 이역만리에서 눈물로 곱씹었던 그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래서는 안될 일이지만 그들과 우리의 처지가 뒤바뀌는 날이 온다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응보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외국인 밀집지역인 우리 동네에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한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찾아와 현장의 문제점을 듣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이 더욱 커져 이땅의 삶이 모두에게 넉넉해졌으면 좋겠다.

이정호 대한성공회 샬롬의집 원장ㆍ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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