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은 산골 마을이기도 하지만, 예부터 외부와 크게 왕래가 없는 집성촌 마을이기도 하다. 집안에서는 형제끼리 토닥토닥 싸우다가, 마당을 나서면 형제가 한편이 되어 옆집에 사는 사촌형제들과 싸운다. 또 거리로 나가면 사촌끼리 한편이 되어 재종형제들과 재재종형제들과도 투닥거린다. 학교에 가면 대소가 아이들이 한 반의 절반이 넘는다.
먼 친척 형제거나 조카 숙항뻘들과도 수시로 싸운다. 공을 차다가도 싸우고,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싸운다. 이럴 때 어른들은 조리를 따져 편을 들지만, 아이들이 서로 편을 드는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저 둘 중 누가 나와 촌수가 가깝나, 그것만 따져 편을 든다.
그래서 어른들이 우스갯소리로 촌수는 아이들이 더 잘 안다고 말한다. 옳고 그르고도 없다. 사촌끼리 싸우면 제 형제 편을, 제 사촌과 재종형제가 싸우면 사촌 편을, 재종형제거나 재재종형제가 먼 일가의 누구와 싸우면 그땐 또 재종 편을 든다. 먼 일가의 누가 성씨가 다른 누구와 싸우면 한 집안 아이들 모두 우루루 몰려간다.
설날은 고향에 내려가 그런 형제 숙항 조카들과 세배를 나누며 그때 그 시절 얘기를 하는 날이다. 세월이 참 많이 지났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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