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고기보다 귀해요.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물이 나오니 목만 축이고 산 다니까요.“
전남 신안군 흑산도 등 서남해안 섬 주민들이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심지어 물 부족으로 차례 준비 조차 어려운 주민들은 목포와 서울 등 도시에 사는 자녀나 친지 집으로 설을 쇠러 가는 역귀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오후3시 목포여객선 터미널 버스 승강장. 두 손과 머리에 이고 온 짐을 힘겹게 내려놓고 버스를 기다리던 이정례(70ㆍ신안군 흑산면 예리) 할머니는 “먹는 물도 부족하고 씻는 물도 없는데 차마 자식들을 오라고 할 수 없어 뭍으로 나왔다” 며 “목포 아들 집에서 설 쇠러 왔다”고 말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선 이 할머니처럼 차례 준비가 여의치 않아 뭍으로 설을 쇠러 오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 내린 역사적인 폭설 때문에 도시민들은 ‘무슨 가뭄이냐’며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서남해안 가뭄은 자못 심각한 상태다.
올 겨울 가뭄으로 3~7일제 급수를 받고 있는 지역은 흑산도를 비롯해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와 완도군 군외면 등 20여개 읍ㆍ면으로 주민 4만여명이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목포에서 뱃길로 3시간 달려야 도착하는 흑산도의 급수 인구는 총 505가구에 1,600여명에 달하지만 주요 상수원인 16만톤 저수량의 제2수원지는 바닥을 보인지 오래됐다.
흑산면 예리에서 식당을 하는 이명화(여ㆍ50)씨는 “고깃배 선원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면 물이 없다고 하며 그냥 돌려 보낸 적도 많다” 며 “설거지와 빨래는 물론 몸을 씻는 것 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신안=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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