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후속 대책으로 향후 5년간 4,000억원 규모의 한국영화발전기금을 조성, 영화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극장업계와 영화인들이 기금 조성 방법 및 대책의 실효성 면에서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라고 반발하는 등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며 국고 2,000억원과 극장 입장료의 5%를 거둬 마련한 2,000억원 등 총 4,000억원의 재원으로 한국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극장 입장료를 통한 기금 마련은 관련법을 개정해 2007년 1월1일부터 시행되며, 이에 따른 극장 입장료 인상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문화부는 덧붙였다.
문화부는 기금을 영화투자조합 출자 확대, 예술ㆍ독립 영화 지원, 현재 10여개인 예술영화 전용관을 100개로 확대, 해외시장 진출 지원, 디지털 시네마 기반 구축 등 영화산업 발전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제작배급사와 극장간 수익분배율 개선 및 세제 혜택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키로 했다. 정 장관은 “블록버스터,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한국영화산업은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영화계와 협의를 통해 구체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영화계가 “한국영화가 안정적으로 상영될 수 있는 바탕이 없는 상태에서의 지원은 무의미하다”며 평가절하 하고 있는데다, 극장업계도 입장료를 통한 기금 마련에 반대하고 있어 지원 대책 실현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는 27일 논평을 통해 “정부 대책은 기만적인 여론 호도용으로 스크린쿼터 문제를 흐리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예술영화는 재미가 없어 관객이 찾지 않는다”며 “예술영화 전용관을 10여개에서 100개로 늘리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한 예술영화 전용관 관계자는 “정부가 진정 영화산업 발전에 최소한의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예술영화를 위해 ‘필름 아카이브’(영화 도서관) 설립 등 현실적 대안을 내놨어야 했다”며 “문화부의 대책은 졸속”이라고 단언했다.
극장업계도 입장료 5% 모금 방침에 불만을 터트렸다. 한 대형 극장 체인 관계자는 “스크린쿼터 축소로 극장이 얻는 현실적인 이익은 없다”며 “입장료를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모금을 한다는 것은 이중과세나 다름없다”고 흥분했다. 다른 관계자는 제작배급사와 극장간 수익배분율 조정 추진에 대해 “수익배분율은 업계 협의로 만든 것인데, 여기에 정부가 개입하려는 것은 시장 질서를 무시한 행정편의주의”라고 주장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