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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업종별 기상도] (5. 끝) 정유·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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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업종별 기상도] (5. 끝) 정유·석유화학

입력
2006.01.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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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유ㆍ석유화학 부분의 경기 전망은 썩 밝지는 않다.

국제 유가가 연초부터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60달러를 넘는 고공비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업종별로 편차는 있다. 정유업계는 내수 침체를 수출 호조로 벌충하면서 지난해 수준의 흑자기조를 이어가는 ‘현상유지’를 예상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고유가에 따른 원재료값 부담과 자체 생산시설 증설에 따른 중국의 수입 축소로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오를수록 정유업계는 원유정제에 따른 수출마진(수출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금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석유ㆍ화학업계는 PVC등 모든 합성제품 제작의 기초 유분(油粉)으로 쓰이는 나프타(중질 가솔린)를 비롯한 원재료값이 상승해 부담이 늘게 된다.

우선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국제유가의 경우 올해 50~60 달러를 넘나드는 강보합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27일 석유협회에 따르면 북해산 브렌트유 기준 올해 평균 유가(영국 옥스퍼드경제연구소 예상치)는 64.4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미국 에너지정보청 예상치)는 64.5달러였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55달러(한국은행 예상치)수준으로 예측됐다. 석유협회는 “세계 원유수요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중동정세 불안 및 미국 석유재고 부족 우려 등이 유가불안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그러나 신흥 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정제시설 부족 현상이 향후 2, 3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석유제품의 수출 전망은 비교적 밝다”고 말했다.

석유제품의 수출은 지난해(153억)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석유협회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도 내수보다는 수출에 치중하는 한편, 값비싼 원유 대신 원유를 정제하고 남는 벙커 C유(중질유)를 재사용, 고부가 가치상품을 만들어내는 ‘고도화설비’ 확충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한 SK㈜가 올해도 수출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재 40%대인 수출 비중을 2010년까지 6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내수 의존비율이 낮은 S-OIL도 올해 경영 포인트를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수에 편중된 GS칼텍스는 2007년까지 5만5,000 배럴의 규모의 제2 중질유 분해시설(고도화 설비)을 경기도 일산에 건설, 수익성을 제고키로 했다.

석유ㆍ화학 산업의 경기는 올해부터 하강곡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제품의 자급률을 높여나가면서 수입 확대보다 자체 생산으로 수요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유가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할 수 있는 나프타의 연초 가격이 톤상 500 달러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배럴당)에 10을 곱하면 나프타(톤당) 가격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나프타는 유가 움직임과 직결돼 있다. 한화석유화학 관계자는 “나프타를 정제한 기초제품인 ‘에틸렌’의 톤 당 가격이 올초 지난해 말보다 100~200 달러 상승한 1,000달러에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석유화학 업체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을 덜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LG화학은 수익성이 좋은 제품의 매출 비중을 높이되,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전지 전자소재를 발굴해 수익 구조를 보완키로 했다. 삼성토탈은 원재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프타 재고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중동지역에 집중된 구매선을 러시아 유럽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올 화두는‘누룽지로 밥 짓기’

올해 국내 정유업계의 화두는 ‘고도화 설비(중질유 분해시설)’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값싼 중질유(벙커 C유)를 재활용해 휘발유, 등ㆍ경유 등 고부가치 석유제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때문에 “밥을 하고 난 뒤 바닥에 눌러 붙어 있는 누룽지(벙커 C)로 다시 쌀밥(휘발유)을 만드는 사업”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런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친환경 시설이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고유가 상황에 직면한 기업들로서는 수익성 확보는 물론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GS칼텍스, SK㈜, S-OiL 등 주요 정유 업체들은 연초부터 고도화시설의 신ㆍ증설을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이미 GS칼텍스가 2007년 말까지 제2의 중질유 분해시설(하루 5만5,000배럴)을 경기 일산에 건설키로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원유 정제 물량에 비해 중질유 분해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SK㈜도 울산에 2008년 9월까지 하루 7만 배럴의 중질유 분해시설 건설을 추진중이다. 지난해 인수 후 최근 본 계약을 맺은 인천 정유에도 이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S-OiL도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3억 달러를 들여 고도화 정유시설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루 39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하는 현대 오일뱅크도 하루 4만 배럴 수준의 고도화설비 투자를 고려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장치 산업인 정유 산업은 한번의 시설투자에 2조~3조원대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일정 주기로 제품 선호 사이클이 변한다”며 “향후 몇 년 후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투자적합성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 정유업계 CEO 새해 각오

정유업계 만큼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한 곳도 또 있을까. 정유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우는 거대 장치 산업인 만큼 섣불리 막대한 투자를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시장 변화의 큰 흐름을 놓쳐서도 안 된다. ‘호시우행(虎視牛行ㆍ호랑이처럼 매섭게 살피고 소처럼 우직하게 행동하는 것)’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까. 고유가 시대의 파고를 현명하게 극복해 세계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려는 국내 정유업계의 양대 산맥 GS칼텍스 허동수 회장과 SK㈜ 신헌철 사장의 경영 전략은 그래서 주목된다.

우선 GS칼텍스의 허 회장은 ‘눈밝은’ 최고경영자(CEO)다. 에너지 분야 미국박사 출신으로 GS칼텍스에서만 33년을 일해온 정통 칼텍스맨인 그는 미래를 꿰뚫어 보는 ‘혜안’이 남다르다. 지난해 일찌감치 배럴당 60달러대의 고유가시대가 밀려올 것으로 내다보고 고도화설비(중질유 분해시설)건립에 ‘올인’해 왔다. 고유가 시대일수록 석유 수요는 수송 수단에 쓰이는 고가의 경질유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가격이 싼 중질유와 비싼 경질유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고, 중질유를 재활용해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시설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요건이 된다는 것을 허 회장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획기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 지난해 시공에 착수한 제 2의 중질유 분해시설(고도화 시설)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제3의 고도화시설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올해의 경영 목표를 분명히 했다. 허 회장은 또 사전에 위험 발생 요인은 철저하게 점검하면서 핵심사업은 경제성을 고려, 적시에 가동되게 하는 등 두 마리 토끼잡기 방법으로 경쟁력 극대화를 꾀할 방침이다.

SK㈜의 살림꾼인 신헌철 사장의 올해 경영포인트는 수출 드라이브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ㆍ태양평 지역 메이저 업체로 가기 위한 기반을 닦겠다는 계획이다. 내수는 계속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이고, 중국 등의 석유 제품 수요는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신 사장이 역설하는 ‘중국 중심의 세계화’도 수출확대 전략에 다름 아니다. SK㈜는 지난해 수출 비중이 63%에 달한 화학사업의 경우 중국을 무역거점으로 삼아 수출 물량을 연간 250만톤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 사장은 이와 함께 지난해 인수한 인천정유의 경영 정상화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신 사장은 인천정유 인수로 SK㈜가 아시아 3,4위권 석유회사가 됐다“며 “지속적인 수출 정책을 펼쳐 아ㆍ태지역 석유ㆍ화학 메이저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한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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