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31일 연두교서는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경쟁력 아젠다’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7일 부시 대통령이 경제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쟁력 아젠다’는 미국 경제가 최첨단 분야에서 뒤처지고, 이공계 교육에서는 중국과 인도에 밀리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연두교서에는 미국이 처한 도전들과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들도 거론될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26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일단을 피력했다. 그는 “세계가 경쟁 하는 지금 정부 정책은 마땅히 경쟁을 인식하고, 미국이 계속 세계를 주도하도록 국민들을 준비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경쟁력 아젠다는 불법도청 논란과 아브라모프 로비의혹에 휩싸인 워싱턴 정가에서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미국에서 경쟁력 문제는 이미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모토롤라의 에드 잰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연설에서 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ㆍ개발 예산증액과 이공계 교육강화, 외국계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유연한 이민정책 등을 요구해왔다.
미 당국은 이런 지적을 구체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양당 상원의원 4명은 25일 공동으로 미국과학학회(NAS)가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건의한 사항을 골자로 하는 입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기초연구 분야 지원금 증액, 수학ㆍ과학교사 육성 장학금, 90억 달러의 신규 예산편성, 이민법 개정을 통한 외국인 유학생의 용이한 유입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 정부는 또 지난 달 상무부 주최로 첨단기술 및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논의하는 ‘미국 경쟁력 수뇌회의’를 개최했다. 재계, 학계 지도자는 물론 4개 부처 장관들이 회의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미국이 가야 할 길을 논의했다. 수뇌회의는 “교육ㆍ연구분야에서 현재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은 세계 경제의 지도력을 상실하고, 그 결과 미국인의 생활수준이 하락할 것”이란 경고와 함께 개혁을 주문했다.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의 미 석유기업 유노칼 인수에 대해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반대했던 것에서 달라진 입장이다. 로버트 킴미트 재무부 부장관 겸 CFIUS 의장은 “오늘날 국가안보에는 경제 문제가 포함돼 있다”며 “미국의 강한 경제와 높은 경쟁력은 국익추구의 방편이 된다”고 말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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