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던 요하네스 라우 독일 전 대통령(75ㆍ사진)이 27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자택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부고를 전한 그의 대변인은 사망 원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라우 대통령은 수년간 심장질환으로 고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 출신으로 1978년부터 20년 간 노르트라인_베스팔렌주 주지사를 역임한 그는 99년 대통령에 선출돼 5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2000년 독일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이스라엘 의회를 찾아 과거사를 사죄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그는 “이스라엘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치에 의해 학살돼 머리를 숙일 무덤도 찾을 수 없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2002년 6월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찾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국민도 통일을 앞두고 40년간 희망과 체념을 반복했다. 한국 국민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한국 통일에 대한 ‘덕담’을 남기기도 했다. 2003년 2월 한_독 의원 친선협회가 펴낸 책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남’에는 “김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독일이 한국의 금융위기를 돕는 동기가 됐다”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지만 이슬람 교사가 학교에서 히잡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했으며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나치가 저지른 생체실험의 끔찍함을 이유로 들어 생명공학에는 매우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82년 구스타프 하이네만 서독 대통령의 손녀 크리스티나 델리어스 여사와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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