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많은 부분에서 신중을 기하는 즉,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방식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회다. 이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관한 논의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은 현재 ‘문서 및 그림에 의한 선거운동은 법률에 의해서 인정된 수단(선거용 포스터나 엽서 등)이외에는 일체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포괄적으로 적용해 인터넷상에서의 불법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정당의 홈페이지는 물론 의원이나 후보자 개인의 홈페이지를 선거기간에 사용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법정 외 문서로 해석해 금지하고 있다. 이는 후보자가 홈페이지를 선거운동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는 한국과는 크게 대비되는 항목이다.
이처럼 선거운동을 공직선거법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는 재력 등에 의해 선거활동의 규모가 정해지고 후보자 간 불평등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은 인터넷 보급 초기부터 정보격차 해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러한 맥락에서 인터넷 선거운동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과 숙련도에서 큰 차이가 나는 유권자 간의 정책정보 격차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현재 인터넷의 선거 활용에 대한 토론과 연구가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선거, 미디어 전문가들의 모임인 ‘IT 시대의 선거운동에 관한 연구회’의 논의 방향도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활동이 다른 미디어의 선거활용에 관한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미디어에 대한 법률적 규제를 인터넷에도 적용하되 필요할 때는 부분적인 수정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신중함에는 우리가 일면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정보격차 문제 외에도 최근 미국 등지에서는 스크린 터치 방식을 통한 전자투표제의 확산과 관련해 보안 문제가 제기되는 등 인터넷 선거에 대한 다양한 문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나 전자투표에 대해 신중론보다는 상대적으로 핑크빛 낙관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선거가 초래할 수 있는 정보격차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조금 더 시간을 둔, 신중하고 깊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김상미 도쿄대 사회정보대학원·연구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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