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하마스가 조지 W 부시(사진) 대통령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총선이 평화롭게 치러진 것은 부시 대통령이 재선 임기를 시작하면서 역설한 ‘민주주의 확산 외교’의 한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론도 많겠지만 최소한 부시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과격 테러집단으로 간주해 그 동안 상대도 하지 않았던 하마스가 승리, 그것도 압승을 한 것은 부시 대통령에게는 악몽이다.
부시 대통령의 곤혹스러움은 하마스 승리에 대한 그의 이율배반적 발언에서 역력히 드러난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은 아랍 세계에서 이룩한 또 하나의 민주주의 승리”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총선을 통해 현상유지를 반대하고 그들의 지도력에 경종을 울렸다”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그는 총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선택한 하마스에 대해선 “하마스가 테러조직이라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미국은 앞으로도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부정하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은 평가하지만 총선 결과인 하마스는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총선 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마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거부감이 강도가 이미 한풀 꺾였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하마스를 언급할 때의 어조가 강경했다기보다는 ‘미국은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회유하려는 쪽에 가까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부시 대통령은 하마스가 주도할 팔레스타인 새 정부도 상대하지 않을 것인지, 또 팔레스타인 정부에 제공해오던 기존의 각종 지원을 중단할 것인 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부시 대통령이 하마스를 회유하기 위한 정책을 실행에 옮길 경우, 지원 계속 여부 등은 미국의 유용한 정책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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