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검은 복면을 하고 하늘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모습으로, 가슴에 폭탄띠를 두르고 자폭하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눈에는 증오와 전의가 이글거린다. 그들의 문양은 엇갈려 놓은 칼 두 개와 예언자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이라는 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지 바위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및 현재의 이스라엘까지를 포괄하는 팔레스타인 지도를 담고 있다. 점령자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 1938년 그들의 선조들의 폭동이 거세지자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로 10년 후 초대 총리가 되는 다비드 벤구리온은 내부 모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우리끼리는 진실을 무시하지 말자. 정치적으로 우리는 침략자이고 그들은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이 나라는 그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나라다. 우리는 이 곳에 정착하기를 원하며,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자기 나라를 빼앗으려는 것이다. 이 폭동은 유대인들이 자신의 고국을 강탈하려는 것에 대한 적극적 저항이다. 테러의 배경에는 이상주의와 자기희생이 내재된 운동이 있다”(노엄 촘스키의 ‘숙명의 트라이앵글-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 그들은 하마스다.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벤구리온이 지적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립구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하마스는 아랍어로 이슬람저항운동의 약자이며 보통명사로는 정열, 격정을 뜻한다. 히브리어로는 폭력, 무자비한 악행을 의미한다. 엇갈린 평가가 두 나라 말에 이미 스며 있는 셈이다. 이스라엘과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은 하마스를 테러단체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 휴먼 라이츠 워치(인권감시)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을 범죄로 비난한다. 하마스는“이스라엘의 민간인 살해에 대한 보복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 팔레스타인 주민과 주변 아랍 국가에 흩어져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대부분 하마스를 독립운동단체로 생각한다. 특히 군사활동과 별도로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학교 병원 청소년센터를 운영하는 등 가난한 동포들을 위한 자선 및 복지활동에 헌신적이어서 지지가 높다. 그런 지지가 이번 총선의 승리로 나타난 것이다. 하마스의 집권을 바라보는 눈이 복잡한 것은 그 때문이다. 내년이면 출범 20주년인 하마스는 이제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를 맞게 됐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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