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김경수 부장검사)는 26일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을 비밀리에 소환하는 ‘깜짝 쇼’를 연출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최씨를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인 오후 4시께 최씨를 검찰 청사로 불러들여 27일 새벽까지 9시간 동안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에게 ‘언제 조사 받는 게 좋겠느냐’고 타진했더니 그가 ‘당장 조사 받으러 가겠다’고 해 부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거물 브로커 윤상림(54ㆍ구속 기소)씨 사건이 무의미한 정치 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검찰의 속전속결 의지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2000~2005년 최씨, 최씨의 친구 박모 사장, 윤씨 사이에 4차례에 걸쳐 이뤄진 억대의 돈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이 중 2,000만원은 최씨가 박씨를 통해 윤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나머지는 최씨와 박씨 사이에서 이뤄졌다. 최씨가 “대출금 5,000만원을 박씨에게 상환했다”고 설명한 것 외에도 2건이 추가로 드러난 셈이다. 얼마 전 자살한 최씨의 수행비서 강희도 경위가 유서에서 “펀드 투자금으로 박씨에게 줬다”고 주장한 2,000만원이 여기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 강 경위가 여러 차례 최씨의 돈 심부름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때문에 검찰은 최씨가 인사청탁 등 대가로 윤씨에게서 2,000만원을 받아 강 경위를 시켜 박씨 계좌에 입금시킨 뒤 일이 잘 되지 않자 윤씨에게 돌려줬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박씨 계좌를 임의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30년 친구이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박씨에게 최씨가 일방적으로 돈을 건넸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최씨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게 아니다”며 “보강 조사 후 재소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성영 한나라당 윤상림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태릉CC와 남성대CC 등을 현장조사한 결과 윤씨가 전병헌 의원 등 다수의 열린우리당 의원, 검찰 고위인사, 국민의 정부 시절 K 전 국방장관 등과 여러 차례 접대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며 윤씨의 청와대ㆍ골프장ㆍ국회 출입기록, 통화내역, 정치후원금 납부내역 공개를 거듭 요구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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