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완전히 달라졌다. 27일로 취임 보름째를 맞은 이 대표는 첫날부터 박근혜 대표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다. 반박(反朴) 진영의 선봉으로 박 대표와 사사건건 날을 세웠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대표는 13일 당사에서 간부회의가 있을 때면 늘 시작 전에 박 대표와 10여분간 독대를 한다. 박 대표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다. 퇴근 전에는 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경과에 대해 보고한다. 그 어떤 원내대표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박 대표의 신년 회견이 있던 26일 이 대표는 현관 로비에서 박 대표를 직접 맞았다. 얼마 전에는 “날씨가 추우니 옷을 두껍게 입으라”는 염려도 건네 박 대표가 “그런 말씀도 하느냐”고 놀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이 잘 되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많다. 우선 이명박 시장의 직계인 이 대표가 박 대표에게 철저히 고개를 숙일수록 본인에게도, 이 시장에게도 모두 플러스라는 계산법이 작용하는 듯 하다.
아울러 지방선거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7월 전당대회에서 이 원내대표가 관리형 대표경선에 출마할 경우 지금의 처신이 유리한 입지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리형 대표를 노리는 다른 중진들은 이 대표의 ‘의도적인 겸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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