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동 정세 지각변동… 평화협상 암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동 정세 지각변동… 평화협상 암운

입력
2006.01.27 09:24
0 0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25일 총선에서 집권 파타당에 압승, 팔레스타인 정국뿐 아니라 중동 정세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당초 파타당에 이어 근소한 차로 제2당을 차지하며 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마스의 급부상은 우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엄청난 혼돈을 몰고 올 전망이다.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이후 야세르 아라파트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으로 굳건하게 이어져온 파타당 독주체제는 무너졌다.

130만 유권자 중 77.6%가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 팔레스타인 민심이 하마스에 치우쳤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부패와 무능력이 만연한 파타당을 심판하고, 대 미국ㆍ이스라엘 강경노선을 고수하며 무장투쟁에 치중해온 하마스를 명실상부한 정치세력으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국민들이 지지를 거둔 이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통치권자인 압바스 수반의 정국 장악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마스는 압바스 수반의 지위는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압바스 수반이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도 띤 이번 총선에서 참패함으로써 전격 퇴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설사 자리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하마스가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압바스 수반은 내각과 의회 양 진영에서 손발이 묶이는 형국이다.

압바스 수반은 투표 공식 결과 발표 직후 향후 정국방향을 밝히는 대국민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파타당의 몰락으로 정치적 토대를 상실한 이 같은 수습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는 의문이다.

중동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려는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의 중동 외교도 치명타를 입었다. 미 정부는 총선 직전 파타당에 200만 달러를 지원하면서까지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하마스의 정권 장악을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이 주도한 로드맵에 따른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현재의 교착 상태를 뚫고 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총선 뒤 협상 재개를 약속한 파타당과 달리 “무장해제는 없다”며 여전히 이스라엘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역시 무장해제 없이는 하마스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온건보수 성향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대행마저 “무장을 고집하는 하마스가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히는 등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다.

정치세력화에 성공한 하마스의 변신 여부도 관심거리다. 하마스는 선거 승리 직후 “팔레스타인 국민의 뜻”이라며 미국에 선거결과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하마스가 주류 정치권에 진입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폭탄테러를 일삼는 강경 무장투쟁을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가 책임감있는 집권정당으로 탈바꿈해 이스라엘과의 대화에 임한다면 평화협상은 하마스가 정치 외부조직으로 남아있을 때보다 오히려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