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순이익 2조원대 돌파라는 창사 38년 만에 최고기록을 세우고도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6일 2005년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32.6%늘어난 2조3,147억원으로 창사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2조원 대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지난해 총 판매량은 170만843대(내수 56만9,721대, 수출 113만1,122대)로 매출액 27조3,837억원(내수 11조192억원, 수출 16조3,645억원), 영업이익 1조3,84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돌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는 고유가와 달러화 약세, 원자재가 인상 등 올들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대외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 비상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최고 정점에 오를수록 뒤 돌아서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짜며 내실경영을 기하겠다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의 한 발 앞서가는 ‘뚝심’경영전략이라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사실 현대차의 경영실적을 꼼꼼히 뜯어보면 사상 최대 이익이란 쾌거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현대차의 고민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달러ㆍ 유로화의 약세로 전년대비 소폭 감소한 27조3,837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9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철강 등 재료비 인상과 환율 영향 등으로 전년대비 30%나 감소하는 상처를 입었다.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면 매출에서 200억원의 손해가 나는 현대차의 수익구조로 보면 지난해 성적표가 이 정도인 것만해도 수성(守城)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 하다.
그러나 수출비중이 76%를 차지하는 현대차로서는 올해도 달러 약세 등 대외적인 악재에 대처하고 효율적인 경영정책 수립을 위해 내실경영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각종 경영대책을 마련하고 그룹의 중장기 사업계획과 미래 비전 달성을 전담하는 경영전략추진실을 신설했다. 또 감사실 담당인 이전갑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이를 총괄토록 했다.
그러나 비상관리체제 돌입 배경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한 사측의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창사이래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했지만 사측이 돌연 비상경영 카드를 들고 나와 위기감을 조성한 뒤 임금동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한 강연에서 “미국 GM의 위기를 국내 자동차업계도 겪을 수 있다”며 “우리 노조도 스스로 임금 동결을 선언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영업익 7,861억
현대모비스 등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의 2005년 경영실적이 평년작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는 26일 지난해 매출 7조5,477억원, 영업이익 7,861억원, 순이익 8,3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매출은 17.3%, 영업이익은 4.6%, 순이익은 19.6% 각각 증가한 수치다.
현대INI스틸도 지난해 매출 5조507억원, 영업이익 5,0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전년(6,300억원) 보다 19.5% 줄었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매출 2조6,828억원에 영업이익 1,291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보다 15.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1% 감소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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