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핵심으로 추진해온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제동이 걸렸다. 교통정체를 해소하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관련예산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시 관계자는 “2006년도 중앙버스차로제 관련 예산으로 249억원을 신청했으나 지난해 말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175억원이 삭감, 74억원만 배정됐다”고 밝혔다. 중앙버스차로제 건설 예산이 시의회에 의해 삭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산 삭감에 따라 올해 동작ㆍ신반포로, 송파ㆍ자양로, 양화ㆍ신촌로 등 3개 노선 총 21.2㎞의 전용차로를 건설하려던 시의 계획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현재 설계단계에 있는 3개 노선 중 1개 정도만 건설할 수 있다”며 “2008년까지 16개 노선, 총 191.2㎞의 중앙버스차로를 건설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4년 처음으로 도입된 중앙버스전용차로제는 도로 중앙에 버스 차로를 만들고 승ㆍ하차장을 두어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제도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급히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른 데다 택시와 일반승용차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극심한 정체에 시달려야 했다. 시도 전용차로제가 안전사고 발생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연구용역을 맡겨 놓은 상태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 대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는 편도 3차로 이상의 폭을 갖추고 나머지 교통량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구간에 설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서울시가 충분한 준비 없이 제도 시행을 서두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예결위 관계자는 “예산 삭감은 중앙버스차로제의 적합성과 효과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의회는 중앙버스차로를 건설한 도로 일부에서 오히려 교통정체가 심화하고, 보행자 사망사고 증가 등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되자 전용차로 건설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는 중앙버스차로제의 지속적인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정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21년까지 신도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교통인구는 2002년에 비해 38.2%나 늘어날 전망”이라며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중앙버스차로제가 가장 확실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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