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63ㆍ사진) 전 서울대병원장이 2월 28일 명예퇴직을 하기로 했다. 그는 두산그룹 창업주인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의 4남이다. 의학도로 일찍부터 형제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최근 두산그룹이 형제간 다툼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박 전 원장은 1983년 서울대 의학과 외과학교실 부교수를 시작으로 93년 기획조정실장과 진료부원장을 역임하고 11대, 12대 병원장으로 연임했다. 2003년 명예 원장으로 물러나기까지 11년간 병원 살림을 꾸려온 셈이다.
박 전 원장은 최근 서울대의대 동기들에게 보낸 ‘28년 9개월만의 외출’이란 글을 통해 퇴임의 감회를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병원 보직 11년간 오로지 병원 행정에만 온 정열을 쏟아넣다 보니 교수 본연의 임무인 교육과 연구, 진료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병원에 더 이상 근무하기도 어려우니 떠나는 게 당연하다”고 썼다.
그의 퇴임을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쪽은 재계 인사들이다.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박용성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고, 그룹 자체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두산그룹의 새 얼굴로 박 전 원장이 거론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 전 원장은 이와 관련해 “두산그룹은 그룹 회장제를 폐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며 “그룹 회장을 맡는 일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의사 출신 최고경영자도 많고, 직원 5,500여명에 한 해 예산이 5,000억원에 달하는 거대조직인 서울대병원을 이끌면서 경영수업을 많이 쌓았다”며 경영자로서의 자신감도 드러내 여운을 남겼다.
두산그룹 일과 관련해서 박 전 원장은 당분간 지난해 11월 취임한 연강재단 이사장으로 장학 및 학술지원사업에 힘쓸 계획이다. 연강재단은 78년 설립된 두산그룹의 학술문화재단이다.
현재 서울대 의대 외과학 교수와 대한적십자사 병원경영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 전 원장은 “나는 평생을 의학에 바친 의학도”라며 “바깥에 나가면 더욱 자유롭게 서울대병원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