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참전 도중 고엽제에 노출돼 질병을 얻은 참전 군인에게 고엽제를 제조한 미국 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고엽제 제조회사의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서울고법 민사13부(최병덕 부장판사)는 26일 베트남전 참전 군인 김모씨 등 1만7,000여명과 강모씨 등 3,400여명이 “유해물질인 다이옥신이 포함된 제초제를 만들어 피해를 입었다”며 고엽제 제조회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건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고엽제의 다이옥신 농도를 낮추는 대체설계를 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설계상의 결함이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며 “피고들은 이 같은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자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미국 국립과학원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다이옥신에 노출되면 폐암, 후두암, 기관암 등 11개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들 가운데 인과관계가 인정된 11개 질병을 앓고 있는 6,795명에 대해 상이등급에 따라 최고 600만~4,600만원 씩 총 630억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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