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증가와 환율하락 등으로 인해 지난해 우리나라 서비스수지의 적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인 13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04년보다 50억 달러 이상 늘어난 수치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상품ㆍ소득수지 등을 합친 전체 경상수지의 흑자 규모도 2004년에 비해 40%(116억 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액은 165억 6,000만 달러로 2004년(281억 7,000만 달러)에 비해 41.2%가 감소했다. 수출은 여전히 두 자리 수 증가율을 보이며 흑자에 기여했지만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올라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난데다 해외여행과 유학이 급증하면서 서비스수지가 크게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실제 수출과 수입을 가감한 상품수지는 지난해 334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 전년보다 41억 달러(10.9%) 줄었다. 수출(12.1%)보다 수입(16.3%)이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1999년부터 매년 적자 폭을 늘려오던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130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ㆍ운수ㆍ기타서비스 수지로 이뤄지는데 특히 해외여행 경비 지출과 유학ㆍ연수 등으로 인한 여행수지 적자가 96억 5,000만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53.7%나 급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수(1,007만 여명)가 전년보다 14.2%나 증가한 데 비해 외국인 방문객(602만 여명)은 3.5%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유학ㆍ연수 분야의 역조 현상은 더욱 심해 33억 7,140만 달러를 쓴 반면 수입은 1,020만 달러가 고작이었다.
2002~2004년 사이 80억 달러 전후를 유지하던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지난해 갑자기 늘어난 이유로 전문가들은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떨어진데다 2004년 말부터 살아난 고소득층 중심의 해외소비 증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박사는 “나라 전체의 지출과 수입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게 좋다고 볼 때 서비스수지 적자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도 상품수지 흑자에 비해 서비스ㆍ소득ㆍ경상이전 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16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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