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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 한·미FTA 성사위한 정지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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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축소, 한·미FTA 성사위한 정지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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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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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축소키로 결정한 것은 전적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다. 여기엔 스크린쿼터에 의존해야 만큼 국내 영화산업의 경쟁력이 허약치 않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가장 궁금한 대목은 ‘정부는 왜 협상 개시도 하기 전에 스크린쿼터 카드를 내줬나’하는 점이다. 또 ‘스크린쿼터 비율을 30% 혹은 25%로 절충하지 않고 왜 미국측 요구인 20%를 그대로 수용했나’하는 점도 의아한 부분이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스크린쿼터는 더 이상 절충의 여지가 없었다. 20%를 받아들이고 FTA협상을 할 것이냐, 아니면 20%를 거부하고 FTA를 포기할 것이냐의 선택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나 통상 당국의 눈엔 스크린쿼터 축소가 무역자유화에 대한 한국정부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측은 김대중 정부 시절 한ㆍ미 정상 간 투자협정(BIT) 체결을 약속해놓고도 스크린쿼터 문제로 좌초됐던 경험 등을 들어, “FTA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면 스크린쿼터 문제를 끝내놓고 오라”고 우리정부에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한 영화계의 저항과 지방선거에 미칠 정치적 악영향도 부담스럽지만 정부는 이 보다 미국과 FTA협상이 더 시급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사실 미국 내 보호주의 강화기류를 감안할 때, 미 행정부에게 부여된 무역증진권한(TPA)이 내년 6월말 종료되면 더 이상 다른 나라와 FTA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 행정부는 FTA서명 90일전 협상결과를 의회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신규협정에 관한 협상은 내년 3월말까지 모두 끝내야 한다. 한미 양국이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사실 FTA에 관한 한 미국보다는 우리쪽이 더 절실하다. 한 정부관계자는 “FTA가 가져다 줄 교역신장 고용창출 투자유치 같은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정치외교적 효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사외교적 현안과 미래관계 설정을 놓고 한ㆍ미간 파열음이 종종 노출되는 상황에서 경제적 우방관계의 최고 단계인 FTA 체결은 소원해진 양국 동맹관계를 조금이라도 근접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이런 정치경제적 함의를 갖고 있는 한ㆍ미 FTA성사를 위해선 스크린쿼터 양보는 불가피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스크린쿼터가 축소돼도 현재의 운용실태나 한국영화 경쟁력을 감안할 때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현 의무상영일수는 146일이지만 경감 조항 등을 감안하면 실제론 106일인 만큼 73일로 줄어들어도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별도 지원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큰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내달 시작될 한ㆍ미 FTA협상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문제는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다. 스크린쿼터 말고도 농업 자동차 세금 등 쟁점은 많다. 협상시한 1년 안에 타결을 짓지 못해 한ㆍ미 FTA가 무산될 경우, 스크린쿼터만 내준 결과가 된다. 정부로선 어떻든 FTA타결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입장이다. “결국 다른 부문에서도 스크린쿼터처럼 양보적 자세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 영화계 "스크린쿼터 축소, 反문화적 쿠데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이 알려지면서 영화계가 “반문화적 쿠데타”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정지영 안성기)는 26일 오후 서울 명동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오만불손한 통상압력에 굴복했다”며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등 관계부처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영화인 대책위는 지난해 유네스코가 채택한 문화다양성 협약을 스크린쿼터 유지의 근거로 제시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각 나라의 특수성을 담은 문화 상품은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해영(한신대 교수) 대책위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118개 국가의 압도적인 지지로 문화다양성 협약이 체결됐다”며 “협약에 동의하고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려는 우리 정부의 이율배반적 행동을 다른 국가가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이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내세운 것에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1989년 캐나다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문화의 특수성을 인정, 문화분야를 예외로 인정한 사실 등이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한미FTA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 일각의 주장과 달리 엄청난 대미 무역 흑자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문화관광부가 27일 오전 발표할 세제 지원을 포함한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 및 재정지원 방안에 대한 거부 의사도 표시했다. 정지영 대책위원장은 “문화관광부의 영화계 지원 방안과 상관 없이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국회의원도 정부 방침을 강하게 성토했다.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윤 손봉숙 정병국 천영세 의원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스크린쿼터는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모범적인 문화정책”이라며 “축소 방침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영화계 인사는 현행 스크린쿼터제의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의 축소 방침을 지지했다. 조희문 상명대 교수는 “스크린쿼터는 다른 문화에 일방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있을 때나 필요한 제도”라며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이제는 실효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문화다양성을 거론하는 것은 폐쇄적인 민족주의의 발현으로 스크린쿼터제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시민단체도 국익 차원의 스크린쿼터제 정비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미술 음악 등 대부분의 문화시장이 개방되어 있는데 영화만 문화다양성을 외치며 보호장막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며 “국가경제 전체 이익이라는 정책차원에서 스크린쿼터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스크린쿼터란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영화상영관이 일정 기간 한국 영화를 의무 상영토록 한 제도로 1967년 도입됐다. 처음에는 2개월에 1편, 1년에 6편, 연 90일 이상 상영토록 했으나 70년 4개월에 1편, 1년에 3편, 연 30일로 완화됐다. 73년 연간 상영일수의 3분의 1 이상으로 바뀌었다가 85년 외화 수입이 자유화하면서 5분의 2로 강화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극장들이 외화의 높은 수익을 노려 편법 운영을 일삼고 관련 당국의 관리 소홀로 스크린쿼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영화인들은 93년 스크린쿼터 감시단을 결성했으며 이후 한국 영화가 약진하면서 위반 사례는 대부분 사라졌다.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스크린쿼터에 대한 입장도 찬반으로 극명하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특히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부처는 이 제도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타 분야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축소를 주장해왔다. 반면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때문에 한국 영화가 발전할 수 있었으며, 만약 의무상영일수가 줄어들면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조직적인 축소 반대운동을 펴왔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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