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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강경위 자살 둘러싼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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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강경위 자살 둘러싼 이기주의

입력
2006.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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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자살을 처벌하지 않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부터이다. 과거에는 자살행위가 '사회에 대한 의무를 침해하는 범죄'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 로마법에서는 병사와 노예의 자살을 처벌했고, 게르만법은 재산몰수를 회피하는 자살을 처벌했으며, 중세에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성공한 자살은 명예롭지 못한 매장으로 처벌했고, 실패한 자살은 형벌을 가하였다. 그러나 근대 형법은 자살을 처벌하지 않는다.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영역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발동하는 것이 적절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자살은 그 자체로 아무런 형사법적 문제를 낳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자살행위가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 경우가 있다. 최근 법조 브로커와 관련되는 사건 조사과정에서 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강희도 경위의 자살만 보아도 그렇다.

●政·警·言, 아전인수식 해석

검찰의 입장에서 강 경위의 자살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일 것이다. 수사방향은 최 차장과 법조 브로커와의 커넥션이지 강 경위가 아니며, 더구나 강 경위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고, 아직 소환조사를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장례절차를 모두 마칠 때까지 수사는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법의 집행은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묘한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애초 사건은 법조, 정치계, 관계 등 사회 고위층 로비에 대한 수사로 시작된 것인데, 난데없이 표적수사, 언론플레이, 청와대 게이트 등 근거가 미약한 혐의만으로 사건이 부풀려지고 있다.

모든 사실관계는 재판을 통해 밝히는 것이 정석임에도,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야당은 자체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청와대 인사가 관련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서둘러 단정짓고 국정조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각종 언론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건을 '게이트'라 부르며, 청와대 관련인사를 이니셜로 표기하며 여론을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한술 더 떠서 경찰은 이 사건을 검경간의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검찰의 공작 수준으로 비난하였다. 그리고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항의하듯 피의자로 지목된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사람의 자살사건이 정치권, 언론, 경찰 등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형사법 절차에서 피의자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항변을 하는 가운데 거짓진술을 하더라도 당연지사이므로 특별히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법정이 아닌 사회적인 발언을 하면서 진실의 일면은 가리고 다른 면만을 부풀려 침소봉대하거나 거짓주장을 하는 것은 처벌 여부를 떠나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당사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과 법의 집행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국민 전체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 경위의 자살을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시키려는 해석은 특히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수사권 조정 문제는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한치의 정치적 계산 없이 정해져야만 한다. 수사권 조정은 현재 수사기관의 행사 실태와 수사능력, 전문성, 외국의 사례 등이 폭넓고 깊게 연구되어야 할 문제이며, 과학적 분석과 형사정책적 타당성을 모두 갖추어야만 하는 문제이다.

●수사권조정과 관련짓지 말아야

이번 강 경위 자살사건을 아무 관련없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비화시켜 자기 조직의 이기주의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잠재적 수사대상자인 국민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다. 진정 국민에 봉사하는 기관이라면 무엇이 대의인지를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송호창<변호사ㆍ법무법인 덕수<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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