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은 우리 알짜기업 경영권을 노린다’‘외국자본은 그래도 국내은행의 경영효율성을 높였다’
외국자본에 대한 이런 갖가지 긍정ㆍ부정적인 속설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환위기 이후 현재 국내 자본시장의 40%(95년 11.9%)를 차지하게 됐지만, 각자 자본차익을 노릴 뿐 담합해서 움직이지는 않아 국내 경제에 크게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연태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5일 KDI 주최로 열린‘외국자본과 한국경제’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외국자본 진입확대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 같이 지적했다.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8가지 속설 중 대표적인 것이 외국자본은 국내 알짜기업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가설이다. 이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본은 대부분 포트폴리오 투자로 경영권보다는 자본차익에 관심이 있다는 것. 특히 ㈜SK와 소버린간의 경영권 분쟁에서, 외국인 주주들 상당수(5~10%가량)가 소버린과 연대하지 않아 소버린이 주총에서 내놓은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외국자본이라고 해서 함께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은 기우였던 셈이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대두됐던 외국자본에 대한 ‘찬양론’도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연구자의 시각이다. 외국자본이 국내은행을 인수하면 경영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의 비용효율성이 높아져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외국자본은 사들인 은행의 매매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용 효율성 보다는 오히려 안정성 제고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선진금융기법 및 금융상품 도입’이라는 당초 기대도 전혀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계 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이 1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을 헐값에 사들였다가 세금을 한푼 내지 않고 되팔아 1조 2,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던 사례가 이를 웅변한다.
이헌재 전 부총리도 이에 대해 “선진 금융기법 도입 등 기대 효과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며 “제일은행 매각과정은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토로했었다.
연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를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임이 드러났다”며 “투자자본은 국적이 아닌 투자목적과 전략에 따라 구분해야 하며,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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