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최고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는 24일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수용소 운용 등과 관련된 잠정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테러용의자들을 유럽 내 3국으로 이송한 뒤 그 곳에서 고문을 자행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유럽평의회의 발표는 CIA가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고문을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유럽국가의 협조를 얻어 고문을 실행에 옮겼음을 의미한다.
조사를 이끌고 있는 스위스의 딕 마티 상원의원은 이를 고문의 ‘아웃소싱’이라고 표현하면서 “이송과 고문 아웃소싱의 시스템이 존재함을 나타내는 일관된 증거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납치된 테러용의자들은 유럽 내 여러 곳으로 옮겨져 불명예스러운 대우과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티 의원은 이어 “수백대의 CIA 전세기가 다수의 유럽국을 통과했다”며 “유럽 각국의 정부와 정보기관들은 그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티 의원은 그러나 당초 미 언론들이 폭로한 바 있는 CIA의 비밀수용소가 유럽에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럽평의회의 조사 결과는 유럽에서 테러 용의자들에 대해 고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미국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유럽평의회는 고문 연루 의혹을 받아온 루마니아 폴란드 우크라니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등에 고문 및 비밀수용소 등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음달 21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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