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관객 모독

입력
2006.01.26 09:07
0 0

대형 극장체인 CGV가 영화 ‘홀리데이’를 개봉 4일만에 조기 종영했다가 다시 상영하는 희극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태는 ‘홀리데이’의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상영 스크린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CGV는 “흥행 가능성을 고려할 때 25개 스크린이면 적당하다”며 롯데측의 요청을 거부했다. 자존심이 상한 롯데는 “상영 필름을 회수하겠다”고 반발했고, CGV는 “그럼 어쩔 수 없다”며 이미 예매가 된 22일까지만 ‘홀리데이’를 상영하고 막을 내렸다. 그러나 파문이 커지자 CGV는 롯데와 제작사인 현진시네마의 요구를 수용, 26일부터 재상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홀리데이’를 둘러싼 소동은 희극 같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의 투자배급사와 대형 극장체인은 최근 한국영화 성장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투자배급사는 충무로의 튼실한 돈줄로 자리 잡았고,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해 한국 영화 산업화에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 극장을 모델로 한 멀티플렉스의 증가는 관객 증가에도 큰 역할을 했다. 10개관 내외의 스크린과 안락한 관람 환경은 국내 영화 관람 문화를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어둠도 짙어진다 했던가. 멀티플렉스를 앞세운 대형 극장체인과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등장은 적지 않은 부작용도 만들어내고 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주요 극장체인은 계열사인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내놓은 작품의 유통 창구로 변질된 지 오래다. 투자배급사들의 신경전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때로는 격한 감정싸움까지 하기도 한다.

롯데가 CGV에 발끈한 이유도 CGV의 계열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투사부일체’ ‘왕의 남자’ ‘싸움의 기술’ ‘투 브라더스’) 때문에 ‘홀리데이’가 홀대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됐다.

표면상 업계의 단순한 영업 다툼으로 보이지만 결국 피해자는 관객이다. 극장은 늘고 있지만 관객이 골라볼 영화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48년 미국은 영화 다양성 확보를 위해 ‘반(反) 트러스트법’을 제정해 메이저 영화사의 극장 소유를 금지했다. 관객을 무시한 세력 싸움과 영업 방식이 계속된다면 국내에도 유사한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지도 모른다.

라제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