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가 드디어 니모와 손을 잡았다.
월트 디즈니가 10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오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24일 정식 인수하면서 ‘애니메이션 제국’의 부활에 나섰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 인어공주 신데델라 라이언킹 등으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TV와 극장의 만화를 독점해오던 최강자였다. 그러나 디즈니를 박차고 나간 제프리 카젠버그가 94년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공동으로 애니매이션 제작사인 드림웍스를 설립하면서 아성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드림웍스가 개미를 시작으로 슈렉, 마다카스카를 잇따라 빅히트시켰기 때문.
손으로 그린 ‘핸드 애미메이션’분야에선 독보적이었지만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한 ‘디지털 애니매이션’기술 부족으로 위기를 느낀 디즈니는 95년부터 픽사와 제휴에 들어갔다.
픽사가 뛰어난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술에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만화를 제작하고 디즈니가 세계 막강한 배급망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제휴로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의 대히트 작품 등이 나왔고, 때문에 디즈니와 픽사는 할리우드의 최고 콤비로 꼽혔다.
하지만 2003년 양사간 협력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픽사가 “배급만 하는 디즈니가 너무 많이 챙긴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추후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판권 및 이윤은 자신들이 100% 차지하고 디즈니에게는 배급료만을 지불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다 디즈니의 전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아이즈너와 픽사 최고경영자인 스티븐 잡스의 갈등까지 겹쳐지면서 결별은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아이즈너의 뒤를 이어 로버트 아이거가 디즈니의 경영을 책임지면서 서로 화해하는 분위기로 반전됐다. 디즈니측이 스티븐 잡스가 별도로 운영하는 애플 ‘아이튠스’에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결국 양측이 회사까지 합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격은 74억 달러(7조 4,000억원)이며 인수 방법은 픽사 주식 1주당 59.78달러로 계산해 디즈니의 주식으로 지급키로 했다. 때문에 픽사 지분을 50%이상 가지고 있는 잡스는 디즈니의 개인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잡스는 개인적으로도 86년 1,000만 달러에 매입한 픽사(당시 루카스 필름)를 무려 740배 부풀려 처분하는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양측간 한집 살림으로 디즈니는 부수적으로 아이포드 등 음악ㆍ비디오 테크놀로지를 선도하고 있는 애플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이를 통해 영화 TV 비디오게임 등 다른 연예 콘텐츠를 컴퓨터와 아이포드, 휴대용 게임기, 핸드폰 등과 연결시키려는 디즈니의 계획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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