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적어도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 고속 통신망 설비 등 하드웨어, 또는 양적 측면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반면 인터넷을 활용해 값진 정보를 길어 올리려는 마음가짐과 능력, 실제 활용하는 정보 내용 등 소프트웨어, 또는 질적 측면에서는 짐작만으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9개 회원국을 포함한 40개국 고교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보통신기술 학업성취도’ 비교조사는 이런 지레짐작을 분명하게 확인시켰다. 게임을 비롯한 오락에서는 세계 정상급이지만 기본적 문서작성이나 학습활용, 프로그램 제작 등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관련 교육과정 개편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고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애초에 문제가 다른 곳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교육과정 개편 등은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가정과 사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어느 정도 능숙하게 컴퓨터를 다루는 데다 오락적 활용 대부분이 가정과 PC방에서 이뤄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전에는 컴퓨터 교육을 막고 있는 일부 선진국의 선견지명이 부러워지기까지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 오용의 문제는 학습활용도가 낮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게임 중독’을 확산시켜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 최근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남학생의 상대적 학습능력 저하도 컴퓨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른바 ‘악플(악성 리플)’ 문제를 포함한 컴퓨터ㆍ인터넷 문화의 저급성도 심각하다. 이런 문제는 서로 그물처럼 엮어져 있고, 진정한 IT 강국으로 가려면 극복해야만 한다. 가정이 앞장서고, 사회가 미는 ‘컴퓨터 바로 쓰기 운동’과 같은 문화운동에라도 기대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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