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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동네북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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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동네북 노무현

입력
2006.01.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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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무현 대통령 비판은 아무나 한다. 신문 칼럼 중에서도 노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은 별로 읽히지 않는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을 칭찬하는 게 진정한 용기”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심지어 한나라당 당보에 영화 ‘왕의 남자’를 패러디한 ‘최악의 개각 광대극’이라는 사진이 실렸는데도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 조선시대 폭군인 연산군으로 비유했는데도 말이다.

2004년 7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영화 ‘해피엔드’를 패러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불륜의 유부녀로 묘사한 사진이 실렸을 때 정치권과 언론이 온통 시끄러웠던 때에 비하면 너무 조용하다. 요즘 세상이 이처럼 노 대통령에는 인색하다.

노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과도한 비난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런 불만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노 대통령이 기여한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역대 정권과 비교해보면 지금보다 권력 주변이 음습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지금처럼 권력의 힘이 자제된 적도 찾기 힘들다.

물론 이런 변화가 시대 흐름 때문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그 한 부분에는 탈권위와 분권에 집착한 노 대통령의 몫도 있다. 주류도 아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닌 그가 대통령에 됐다는 사실 그 자체도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변화를 촉진시킨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를 평가해주는 국민은 20%일 뿐이다. 국민의 인식이 잘못된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은 혼돈스러운 것 같지만 정확하다. 그 숱한 격변 속에서도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10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저변에는 국민이 있다. 국민을 의심하는 일은 부질없다.

그렇다면 왜 국민은 노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 국민이 바라는 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재정권 시절이라면 민주화라는 말 한마디에 분연히 일어설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지금 국민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여론조사를 봐도 일자리, 나은 생활, 건강 등 지극히 소박한 내용들이 앞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노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사회 양극화를 주제로 삼은 것은 잘한 일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성도 제대로 짚은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은 그다지 박수를 치지 않았다. 뭔가 해낼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모두가 토론을 해서 해답을 찾아보자는 식이었다. 너무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 도출을 강조한 것이 잘못됐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간과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담론이니 사회적 합의니 하는 거창한 접근법보다는 기본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 투자를 늘리고 해외투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있어야 하지만, 그 중 중요한 하나가 경직된 노사관계 개선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섰을 때 정서적으로 통하는 민노총 등 노동계를 설득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몇 번 설득을 해보다가 안되니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지금은 아예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매일 담론만 논하는 선비들을 원하지 않는다. 일꾼을 원한다. 밤을 새서라도 노동계를 설득, 논의의 장을 복원하는 기본부터 다지지 않고는 양극화 해결도 없고 국민 신뢰도 얻을 수 없다. 물론 동네북 신세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이영성 부국장대우 정치부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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