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당장 세금인상은 없다’고 밝힘에 따라 신년연설(18일) 이후 불거졌던 ‘증세’논란은 꼭 일주일만에 수면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이날 발언은 대략 세가지 맥락으로 풀이된다. 첫째, 애초부터 당장 세금을 올릴 계획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도 신년연설과 관련, “재정과 복지지출규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공론화와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즉각적인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둘째, 여론역풍이 예상보다 훨씬 거셌다는 점이다. 평소 화법에 비춰볼 때 ‘증세의 중장기적 불가피성’ 정도는 짚고 갔을 법한데, 아예 ‘지금은 세금을 올리지 않는다’고 못박은 것은 문제제기 수준이라도 세금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박한 지방자치선거도 증세논란 조기진화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셋째, 논란의 화살을 감세쪽으로 돌린 점도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기초연금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며 “증세논쟁 전에 감세의 타당성을 따져볼 때”라고 밝혔다. 당연히 한나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증세카드를 배제된 상태에서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및 미래재원조달 방안으로 ▦강도높은 세출구조조정 ▦조세감면축소 ▦고소득자영업자의 탈루방지와 세원발굴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처방은 노 대통령이 18일 신년연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양극화 해소와 복지재원마련의 근본적 해답이 아니다. 세출구조조정은 지금도 진행중인 작업이고, 조세감면은 연간 20조원 규모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많아 정치권이 축소입법에 순순히 동의해줄 것 같지 않다. 고소득자영업자 부분은 세수 보다는 형평성 차원에서 접근될 사안이다.
결국 양극화 해소와 재원조달의 함수는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미조정으론 확실한 ‘답’이 안 나오기 때문에 증세문제가 나온 것인데, 증세를 안 한다면 근원적 해결책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세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내달 나올 중장기 세제개편안에 이런 부분이 담길 공산이 크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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