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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칸 영화제 수상작 더 차일드·미앤유앤 에브리원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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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칸 영화제 수상작 더 차일드·미앤유앤 에브리원 개봉

입력
2006.01.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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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열린 제58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황금카메라상을 각각 수상한 ‘더 차일드’와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원제 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이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국내에 선을 보인다. 두 영화는 동정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스산한 풍경 속에서 작은 희망을 모색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대작들 틈에서 반짝거리는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 더 차일드

아기 팔아넘긴 청소년 커플 갈등 그려

거리의 청소년 브뤼노와 소니아는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 좀도둑질과 구걸로 하루하루를 소비해도 그들에게는 젊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날 이들에게 ‘출산’이라는 문제가 닥쳐온다. 남들에게는 축복일지 모르나 이들에게는 시련이다. 철없는 브뤼노는 평소 하던 대로 장물처럼 아기를 뒷골목 조직에 팔아 넘긴다. 소니아는 큰 충격에 빠지고, 뒤늦게 브뤼노는 아기를 되찾으려 하지만 일은 더욱 꼬이고 만다.

‘더 차일드’는 아기를 갖게 된 두 청소년이 어른이 돼가는 고통스런 성장 이야기다. 몸은 성년이지만 이들이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지 못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과 계획이 없어서다. 부모를 포함한 사회의 그 누구도 그들의 성장통을 감싸 안으며 올바른 어른이 되기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섣불리 사회적 윤리나 교훈을 가르치려 하거나 세상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려 들지 않는다. 흔들리는 카메라는 무모하게 거리를 질주하는 청춘의 광포함을 밀착해 따라 붙을 뿐이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이들의 아픔을 묵묵히 지켜보는 영화는 값싼 연민을 거부하듯 어떤 음악이나 효과음도 허용치 않는다. 브뤼노와 소니아가 겪는 질풍노도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통과의례처럼 치러야 할 성장의 아픔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브루노와 소니아가 교도소 면회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긴다. 삶에 깊은 상처를 남긴 고달픈 시간을 보낸 이들의 눈물에는 화해와 삶의 의욕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이 비친다. 그러나 영화는 비루한 그들의 현실이 안락한 미래로 바뀔 지에 대해 끝내 자신하지 않는다. 대신 도시 변두리에서 별 볼일 없는 삶을 소모하는 두 젊은이가 짧은 시간 인생의 강한 쓴맛을 봤지만 더 큰 미래의 고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암시한다.

‘로제타’로 99년 칸 영화제에서도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벨기에의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가 공동 감독했다. 26일 개봉. 12세.

▲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진실한 관계 원하는 보통사람들 이야기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은 사람들의 관계 만들기에 대한 영화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소통에 서투른, 그러나 자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의 평범한 이야기이다.

‘엽기 발랄’한 아마추어 예술가 크리스틴은 신발을 사러 갔다가 친절한 점원 리처드에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리처드는 얼마 전 벼락 같은 이혼 통보를 받고 피부색이 다른 전처(前妻)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공황 상태. 크리스틴의 살가운 태도에 본능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크리스틴과 리처드의 사랑 탐색을 줄거리로 한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교과서적인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열 살을 갓 넘긴 리처드의 큰 아이는 성에 대한 호기심에 충만해 또래 여학생들과의 육체관계에 집착한다. 여섯 살 아이는 형이 남긴 메신저 대화를 ‘잘라내기’하고 ‘붙여넣기’해 40대 중년 여성과 괴이한 소통을 시도한다.

이들은 마음의 교감을 원하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입거나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워 한다. 그래서 사람 앞에서 머뭇거리고 자신을 자해하며 속을 끓인다. 전처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보다는 자신의 손에 불을 붙이는 리처드나 여학생들과 음란한 낙서를 교환하다가도 정작 ‘관계’를 앞두고는 몸을 숨기는 리처드 동료의 행동은 매한가지다.

크리스틴이 돌보는 노인이 황혼의 연인을 보내며 읊조리는 말은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나는 오랫동안 원치 않은 사람과 살아왔어. 이제야 마음에 맞는 상대를 만났는데 이렇게 빨리 떠나보내야 하다니.”

어쩌면 ‘이 사람이 아닐 지 모른다’는 의문과 ‘이 사람을 놓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조바심 속에 우리는 서로를 탐색하며 고독하게 살아가는 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삶이 뭐 그리 암담한 것은 아냐. 그 속에는 또 다른 삶의 재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관객의 어깨를 툭 치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 자장(磁場) 안에 묶으며 발랄한 유머를 함께 봉합해내는 연출력이 놀랍다. 비디오 아티스트, 수필 작가 등 문화 전방위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국 여성 감독 미란다 줄라이는 크리스틴 역까지 해내며 재능을 맘껏 발산한다. 지난해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27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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