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경찰관을 진두지휘하는 총사령관이 없다.’
남 얘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찰 얘기다. 농민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치안총수가 물러난 지 무려 1개월이 돼간다. 같은 이유로 ‘넘버 투’인 서울경찰청장도 공석이다. 61년 경찰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리더가 없으니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사기는 떨어지고 기강은 해이해졌다. 농민사망 사건으로 제기된 경찰에 대한 일방적 책임론 때문에 상처 받은 공권력을 다독일 사람도 없다. 상부와 하위직 간엔 수사권조정, 근속승진 확대 등 양대 현안에 대한 입장차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장 직무대행인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윤상림 사건에 걸려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등 제 몸 추스르기에 급급하다. 26일 새 경찰청장 직무대행에 이택순 경찰청장 내정자가 임명될 것 같지만 청장 정식 임명은 아직 멀었다.
총수의 부재는 치안공백을 부를 수밖에 없다. 최근 상황은 ‘치안은 시스템’이란 경찰 지휘부의 자신감을 무색케 한다. 천안은 연쇄살인 공포에 떨고 있고, 부산은 폭력배 수십 명이 이른 아침 장례식장에 나타나 흉기난동을 벌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방화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1차적 책임은 물론 경찰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날만 새면 ‘민생’을 외치면서 정작 민생치안 현장을 지휘할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당리당략에 휘둘려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일선에선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를 청장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자조까지 들린다. 정치권이 치안공백을 부추겨선 안 된다. 민생치안은 정치가 아니다.
고찬유 사회부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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