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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게이샤의 추억, 서구의 이국취향 '기모노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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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게이샤의 추억, 서구의 이국취향 '기모노 판타지'

입력
2006.01.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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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게이샤의 추억’은 서양인들이 품고 있는‘기모노 판타지’의 A부터 Z까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모네가 일본식 정원을 그린 1899년 이래‘오리엔탈리즘’의 주축으로 이어져온 서구의 자포니즘(Japonisme) 전통은 이 영화에서 8,500만 달러를 투입한‘왜색 창연’한 영상으로 그 존재를 증명해 보인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닿을 듯 만져지지 않는 기모노의 관능적 매력을 현란한 영상으로 강조하면서, 영화는 마치 스크린에서 분 냄새가 풍길 것 같은 환각마저 느끼게 한다.

하녀로 팔려간 어린 소녀 ‘치요’(장쯔이)가 시중들던 인기 게이샤 ‘하츠모모’(궁리)의 질투와 모략을 물리치고 사교계 최고의 게이샤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치요와 말없이 그녀를 지켜주는‘키다리 아저씨’(와타나베 켄)의 사랑을 곁들이며‘감성 블록버스터’의 레이블을 내건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로브 마샬 감독을 기용해 만든 이 상투적 기승전결의‘영웅서사’는 이국주의(Exoticism)의 감수성을 갖지 않은 동양의 관객들에겐 다소 지루함을 준다.

흩날리는 벚꽃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까지 완벽하게 재현된 교토의 4계절과 20세기 초반의 시대상은 허투루 영화를 만들지 않는 스필버그 사단의 저력을 느끼게 하지만, 중국 여배우들이 간드러진 영어로 연기하는 게이샤는 왠지 거북하다.

카메라가 태평양전쟁 이후 미군기지의 창녀처럼 변해가는 게이샤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훑어내릴 때 영화는 사라져가는 게이샤 문화에 바쳐진 최후의 ‘만가’처럼 보인다.

스필버그 감독이 뉴욕타임스 5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아서 골든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다고 발표했을 때, 관심사는 단연 순수와 관능의 이중적 매력을 가진 푸른 눈의 게이샤를 누가 맡을 것이냐에 모아졌다. 김희선 등 아시아의 수많은 미녀배우들을 물리치고 캐스팅된 장쯔이는 아시아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중국 내부의‘매국노’ 비판의 억울함을 다소 덜어낼 수 있을 듯하다.

보너스 하나. 궁리와 장쯔이는 차례로 장이머우 감독과 연인이 됐던 배우들이다. 영화는 이‘잔인한’ 캐스팅을 통해 궁리가 장쯔이를 내리치며 “죽여버리겠다”고 내뱉는 대사를 그저 영화 속 대사로만 들리지 않게 하는 영리한 효과를 거뒀다. 2월2일 개봉. 15세.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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