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은 무엇일까. 놀라지 마시라, 대한민국의 대학원생을 시키면 된다. 대학원생들이 자조 섞어 하는 농담이다.
일부의 얘기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원 연구실에서 연구가 진행되는 절차는 이렇다. 어느날 교수님께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을 연구하자 결정하신다. 다음에는 대학원생이 연구제안서를 작성한다. 물론 자료조사부터 예산작성까지 모두 대학원생의 몫이다. 연구제안서를 대학원생이 제출한다. 당락의 책임도 대학원생의 몫이다.
연구제안서가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허가 받아 지원을 받으면 대학원생이 모든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연구가 성공적인 경우 대학원생은 논문을 작성한다. 작성된 논문은 교수님의 이름을 달고 유명 학술지에 제출된다. 그 과정에서 대학원생은 학술적 지도나 자문, 학문적 자극이라던가 하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교수님의 권위에 위배할 가능성이 많고, 연구실의 단체활동에서 불성실한 구성원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는 매우 싫고 자신이 없어. 하지만 꼭 교수가 되어 편안하게 살고싶어.” 어느 교수 지망생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다. 그는 지금 교수가 됐다. 미국에서 필자의 박사논문을 지도했던 교수는 교수의 생활이 너무나도 부단하고 고달퍼 그만두노라고 이야기하고 학교를 떠났다.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에 대한 답은 “교수에게 시키면 된다”였던 것이다. ‘유 교수의 생활’이라는 만화책에서 읽었던, “배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야”라는 대사가 유독 대한민국 대학원에서는 만화 속 일로 들린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타고난 궁금증 때문에, 그리고 학문적 열정으로, 학생과도 토론하며 연구하고 서로 발전적 자극을 주는 교수도 물론 대한민국에 존재한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은, 논문 조작으로 조명 받는 교수와, 잘 나갈 때가 아닌 추락할 때에야 책임을 전가받는 대학원생들이다.
그네를 타는 사람은 뒤에서 누가 밀어주지 않아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함으로써 그네를 힘차게 흔든다. 과연 그 추진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비밀은 무게중심의 이동에 있다. 그네 위의 무게중심이 아래위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그네를 힘차게 흔드는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처럼 아래위가 분명한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 무게이동이 있어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에 대한 토의가 아래위로 이동하면 우리의 사회는 조금 더 역동적이 되지 않을까. 대학원에서만이 아니다. 말을 바꾸어 “국민복지를 향상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으로 “국민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걷는다”라는 답안이 도출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절실하다.
김주환 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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