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긴 오해 풀어준 동백림 사건 조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긴 오해 풀어준 동백림 사건 조사

입력
2006.01.26 09:12
0 0

국정원 진실위가 발표한 '동백림 사건' 조사결과는 객관적 실체에 비교적 충실하게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자들이 북한에 들어가고, 금품수수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있으나, 간첩으로 볼 만한 행위는 없었다는 게 요지다. 요컨대 당시 중앙정보부가 혐의내용을 무리하게 확대 과장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존재하지 않는 실체를 완전히 조작해낸 것으로 발표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과는 다르다. 균형 잡힌 결론을 도출해낸 진실위의 노력을 긍정 평가한다. 무엇보다 긴 세월 간첩이라는 오인 속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새로 밝혀진 사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점은 아쉽다. 동백림 사건은 중정의 수사발표와 검찰의 기소 때까지만 간첩단 사건이었을 뿐 최종심 재판에서는 간첩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혐의내용 확대 과장은 이미 그 당시 상당 부분 확인된 것이다.

고문과 같은 문제도 당연히 있었으리라고 누구나 짐작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조차 기존 자료와 몇몇 추가 증언 등을 통해 '판단'한 것이다. 판사 등을 상대로 한 금품로비 시도 흔적은 30년 전 사건의 재규명이라는 틀에서 보자면 지엽적인 것이다.

사실 20~30년 전의 사건에서 새 증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여러 기관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과거사 규명작업은 자칫 자의적인 재평가나 재해석으로 흐를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진실위가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과거 사안을) 당시 시점으로만 이해하는 것도, 또 당시 상황을 무시하고 오늘 시각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적절하다. 무조건적인 과거사 부정이나,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합리화하는 것 모두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현 정권이 다루는 여타 과거사 규명작업들도 이 같은 건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